기업들 깎았던 월급 돌려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현대전자 L부장은 얼마전 1백만원이 넘는 '공돈 (?)' 을 손에 쥐었다. 지난해 경제위기속에서 회사측에 2백%의 상여금을 반납했는데, 경기가 조금 풀리면서 회사가 그중 50%를 돌려준 것. 현대전자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좋으면 나머지 반납분도 하반기에 추가로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깍았던 직원들의 급여를 특별상여금.성과급 등의 형태로 보전해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워낙 허리띠를 졸라맨 덕에 지난해 이익을 낸데다 최근 경기가 조금씩 되살아나자 종업원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배려인 셈.

S사의 한 간부는 "실적이 부진한 다른 계열사 눈치 보느라 표시도 못 내고 쉬쉬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같은 '임금보전' 은 특히 경영실적이 상대적으로 나았던 조선.건설.반도체 등에서 두드러진다.

LG정보통신의 경우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없앴던 직원들의 '자기계발비' 를 최근 다시 지급하기 시작했다. 어학교육.체력단련 등 임직원들의 자기발전을 위한 비용을 수강비의 50~1백%까지 회사가 지원해 주고 있으며 동호인활동비도 1인당 일정액을 지원하고 있다.

조선업계도 마찬가지. 약 1천6백억원의 순익을 올린 대우중공업은 성과급 형태로 직원 1인당 1백10만원에서 1백70만원까지 지급했고, 지난해 임금을 동결했던 현대중공업 역시 성과급으로 2백%를, 삼성중공업은 50%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지난해 5백~7백%의 상여금을 전액 반납키로 했던 LG반도체 직원들도 올초 이를 모두 돌려받았다.

LG 관계자는 "결산 결과 흑자가 2천억원 이상 되는 등 경영성과가 좋았던데다 반도체 빅딜로 인한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지급했다" 고 말했다.

지난해 1백%의 상여금을 반납했던 삼성전자 직원 역시 올초 성과급으로 두툼한 봉투를 받고 즐거워 했다.

부동산 경기가 나아지자 건설업체들도 깍았던 직원들의 상여금을 환원하고 있다. LG건설 직원들은 반납했던 4백%중 1백%의 특별보너스 형태로 받았다. 회사측은 "올해는 5백%의 상여금을 전 임직원에게 지급하고 4백50%는 성과에 따라 차등지급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알게 모르게 급여를 환원해 주는 곳이 많다" 면서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 사정이 그렇지 못한데다 노사 협상 등을 앞두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김동섭.김종윤.염태정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