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여왕] 안동방문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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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생일잔치가 열린 담연재 옆 초가집 지붕에 잔치 광경을 보려는 주민들 30여명이 올라가는 바람에 그 집의 대들보가 부러지는 불상사가 빚어지기도. 이날 담연재 행사장엔 행사 관계자와 경호요원, 풍산 유 (柳) 씨들만 입장시켜 새벽부터 먼 길을 달려온 관광객들을 안타깝게 했다.

○…생일잔치에 선보인 47가지 수라상은 여왕이 떠난 뒤에도 몇시간 동안 내.외신기자와 관광객들의 관심을 독차지. 안동시는 이날 오후에 하회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이날 하룻동안 생일상을 그대로 보존했다.

이날 담연재에는 탤런트 류시원씨가 모습을 나타내 관광객들의 사인공세를 받기도 했다.

○…낮 12시45분쯤 안동시서후면 천등산 자락에 있는 봉정사 (鳳停寺)에 도착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극락전 (極樂殿) 을 둘러보며 깊은 관심을 표명. 극락전이 6백여년전 고려시대에 지어졌다는 성묵 (性默) 총무스님의 설명에 "하나의 오래되고 거대한 나무조각 같다" 며 감탄.

여왕은 극락전 앞에서 돌멩이 하나를 주워 돌탑에 얹으며 "돌탑을 쌓았으니 복을 받겠다" 며 웃었다.

대웅전 앞 덕휘루에서 '해타고' 로 불리는 북을 치는 모습을 30초 정도 관람하며 "북이 가죽으로 만들어졌느냐" 고 묻기도 했다.

○…여왕은 사찰에서 마련한 방명록에 미리 쓰여진 '조용한 산사 봉정사에서 한국의 봄을 맞다' 라는 글귀 아래 영자로 '엘리자베스' 라고 서명하고 청기와에도 흰색 글씨로 이름을 적었다.

안동 = 송의호.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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