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룡 '장관집 2곳 더 털었다'…12만불 사용처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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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관집 털이 피의자 김강룡 (金江龍.32) 씨는 지난 17일 오전 인천구치소에서 이재오 (李在五) 의원 등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을 만나 유종근 (柳鍾根) 전북지사의 서울 사택에서 털었다는 미화 12만달러의 사용처 등을 밝혔다.

李의원은 "金씨가 '지금까지 공개된 인사 외에 2명의 현직 장관과 6년 동안 김대중 대통령 사설 경호원을 지낸 모 인사의 집을 털었다' 고 주장했다" 고 전했다.

李의원에 따르면 金씨는 "이들의 집에서 턴 액수는 지금까지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큰 규모" 라며 "1백평짜리 빌라의 모 장관 자택에서는 금괴 12㎏, 모 장관의 집에선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각각 나왔다" 고 주장했다.

金씨는 "柳지사 사택에서 훔친 007가방에 든 미화 12만달러는 20달러짜리 한 뭉치를 제외하고 모두 1백달러짜리 신권이었으며, 3월초 경기도안양시 평촌신도시 단란주점에서 마담과 여종업원 등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 고 말했다.

金씨는 "7만달러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민희엄마' 에게 환전해 안양 등지의 호텔 숙박비와 술값으로 사용했으며, 나머지 5만달러는 아는 사람들에게 2천~5천달러씩 나눠줬다" 고 주장했다.

金씨는 "김성훈 (金成勳) 농림부장관 집에서 훔친 그림 중 시가 3억원짜리 남농 그림을 공무원에게 선물했으나 누구인지 밝힐 수 없다" 고 말했다.

◇ 단란주점 지배인 달러 목격담 = 金씨가 자주 드나들었다는 경기도안양시 평촌신도시 B단란주점 지배인 C씨 (41) 는 "金씨가 지난 3월초 종업원을 시켜 차안에서 가방을 가져오게 한 뒤 달러가 가득 든 돈가방을 열어 보였다" 고 밝혔다.

C씨는 金씨가 지난달초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미화 4백90달러와 1만엔짜리 9장을 술값으로 지불해 3일 뒤 외환은행 안양지점에서 환전했다고 말했다.

◇ 검찰수사 = 金씨의 범행을 정밀 조사하고 있는 인천지검은 18일 金장관과 柳지사를 소환, 정확한 피해 규모.금품의 출처를 규명키로 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17일 배경환 (裵京煥) 안양경찰서장을 소환 조사했다.

해외투자유치 설명회 참석차 19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柳지사는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까지 검찰이 본인에게 출두를 요구한 적은 었으며, 지난 15일 오후 피해자 참고인으로 친족이 출두해 줄 것을 요구, 처 (金潤娥)가 19일 출두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인천지검 차철순 (車撤淳) 차장검사는 17일 "법정에서 金씨의 유죄를 밝히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피해자 진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며 "돈의 출처에 대해 조사를 벌인 뒤 이 돈이 뇌물일 경우 관련자를 사법처리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안양에 사는 金씨의 동거녀 宋모 (41) 씨의 신병을 확보해 裵서장 관사에서 훔친 돈봉투 가운데 회수하지 못한 나머지 돈봉투 36장을 입수, 裵서장의 피해액을 조사했다.

검찰은 고관집 털이 사건 수사에 최창무 (崔昌武).심재돈 (沈載敦) 검사 등 강력부 검사 2명을 추가 투입했다.

◇ 여야 공방 = 국회는 19일 법사.행정위 등 관련 상임위를 소집해 '고관집 털이 사건' 을 집중 추궁한다.

한나라당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18일 "절도내용을 뺀 채 엉뚱한 사건만 기소, 무늬도 내용도 변하지 않은 검찰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고 검찰을 비난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국민회의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전과 12범의 절도범을 찾아가 면회하고 녹취하는 모양은 야당으로서의 품위를 저버린 일" 이라며 "한나라당은 도둑 편들기를 중단하라" 고 비난했다.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 대변인은 "범인 金씨가 횡설수설해 정확한 사실입증이 안되고 있다" 면서 "정부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있는 그대로 밝힐 것" 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인천 = 김상국.정영진 기자, 이정민.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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