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위기 노사정위…올 '노동정국'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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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지하철노조 파업 예정으로 올해 노동계 춘투 (春鬪)가 시동을 건 가운데 그동안 공전해 오던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金元基)가 재계의 탈퇴 선언으로 사실상 해체 위기를 맞게 돼 노동정국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1월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명분 아래 출범한 노사정위는 그동안 일부 가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노사 양쪽의 불신과 불만 속에 파행을 거듭해왔다.

기로에 놓인 노사정위를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 입장,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 정부 입장 = 그동안 노동계의 '4, 5월 위기설' 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동계에만 매달려 왔던 정부는 '설마하던' 재계가 탈퇴를 강행하자 상당히 당황하는 모습이다.

19일의 서울지하철노조 총파업을 앞두고 '노동계 달래기' 에 바쁜 정부를 적극 밀어주지는 못할 망정 등을 돌린 데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원배 (金元培) 노동부 노정국장은 "정부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처벌 조항을 삭제키로 노동계와 밀약한 바 없다" 고 해명했다.

정부는 사측의 저항은 노사정위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주요 쟁점에 대한 재계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계산된 전략으로 해석한다.

또한 재계가 강수를 둠으로써 재벌빅딜 등 재계 정책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본다.

노사정위 정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만은 분명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노사정위를 항구적 기구로 만들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었다.

◇ 노동계 = 노사정위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기본 시각이다.

지난 2월 24일 노사정위를 탈퇴한 민주노총은 '무용론' 을 들며 아예 노사정위 해체를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유명무실한 노사정위 복귀를 전제로 한 협상은 거부하면서 정부와의 직접 교섭을 주장한다.

즉 공공연맹은 기획예산위, 사무금융노련은 금융감독위원회, 병원노련은 보건복지부 등과 직접 교섭하는 것이 노사정위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9일 조건부 탈퇴를 선언한 한국노총은 관련 법이 제정되면 노사정위에 복귀한다는 방침이지만 재계마저 빠진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참여하기는 힘들게 됐다.

◇ 전망 = 재계가 통치권자의 의지를 거스르면서 끝까지 초강경 자세를 고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4월 중 노사정위법이 제정되면 한국노총과 함께 재계도 일단 노사정위에 복귀할 것으로 낙관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장외에서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정위가 정부 뜻대로 정상화될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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