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재배치 계획…일본·독일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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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에 일본과 독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 세계 배치 미군의 재편에 따라 독일과 일본의 전략적 입지가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세계 안보 지형도의 변화에 따른 일본과 독일의 시각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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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일본이 주목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주한 미군 감축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전력 균형에 미칠 영향이다.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자민) 참의원 외교방위 위원장은 "미군 재배치가 동북아 정세 불안으로 이어지면 곤란하다는 점에서는 일본과 미국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 신문은 17일 방위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유사시에 필요한 부대와 전력을 대규모로 단시간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힘의 공백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주일 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사령부 기능을 맡게 된다는 점에도 일본은 주목하고 있다. 미.일 양국은 일본 각지에 위치한 기지 재배치 방안과 함께 자위대.주일 미군의 전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 등이 재배치될 경우 새로운 주둔지로 물망에 오른 지역에서의 주민들 반발이 심해 일본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 독일=독일 내 미군기지 인근 도시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독일 정부는 이날 "내년 5월까지 협상이 계속된다.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없다"고 다독였지만 감축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진 바이에른.헨센.라인란트팔츠주 주민들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기지 유지가 확정적인 람슈타인 공군기지와 인접한 란트슈툴 미군병원 인근의 카이저스라우테른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현재 7만5000여명에 이르는 주독 미군 가운데 최대 4만여명, 최소 절반이 넘게 감축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흘러나오면서 기지촌 주민들은 "철군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며 술렁거렸다.

공영 ARD방송 등 독일 언론은 "미군 철수는 독일 안보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해당 지역 경제는 일자리 축소와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군 철수가 예상보다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2006년 시작되는 미군 철수가 단계적으로 추진되므로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 미군 재배치 안=부시 대통령은 16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해외참전용사회 연설에서 "21세기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을 더욱 신축적으로 운용할 것"이라며 미군의 미 본토 철수와 기존 주둔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의 재배치와 관련된 GPR를 공식 발표했다.

베를린.도쿄=유권하.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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