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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돈 더 잘 불립니다'] 펀드 '내가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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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참석자] 강창희(현대투신운용 대표) 곽태선(SEI에셋코리아 사장) 박현주(미래에셋 사장) 이인섭(서울투신운용 상무)

[사회] 권성철 중앙일보 증권전문위원

요즘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 투자결정을 본인이 직접 내려야 하는가 아니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가. 전문가에게 돈을 맡기는 것도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다. 수익증권도 있고 뮤추얼펀드도 있다. 그것도 여러 개가 저마다 더 잘 불려줄테니 자기에게 맡겨 달라고 아우성이다. 본지는 요즘 잘 나가는 네 개의 운용회사에게 "왜 당신네 펀드를 사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권 : 이것부터 물어보지요. 외국인.기관의 영향력이 커진 판에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승산이 있습니까.

강 : 증시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60년대까지 개인의 주식 보유비중이 70~80%를 차지했어요. 70년대 주가차별화가 일어나면서 전문적인 분석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관의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지요. 국내증시도 비슷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상장사 주식의 20%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졌고 선물과 같은 새로운 투자수단이 등장한 상황에서 개인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박 : 개인은 개별종목을 사고 파는 반면 기관은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과 전략을 구사합니다. 변수가 많을수록 이건 중요한 차이지요.

이 : 증시선진화란 결국은 기관화예요. 우리의 경우 보유비중에서 40%를 점하는 개인의 거래비중은 80%에 달합니다. 아직 기관화가 덜 된 셈입니다.

권 : 간접투자를 한다 칩시다. 그래서 얻는 이점은 무엇입니까. 또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펀드는 어떤 사람들이 사는가요.

곽 :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여름 폭락과정에서 시장을 떠났고 지난해말 시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그룹으로 파악됩니다. 수중에 현금이 있고 주가바닥에 대한 확신이 섰던 사람들을 말합니다. 개중엔 97년말 채권투자로 이미 큰 돈을 번 사람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로 이번에 에셋코리아가 모은 2천억원중 개인 돈이 1천6백억원인데 1인당 평균 7천3백원만입니다.

강 : '바이 코리아' 펀드를 팔면서 불과 수백만원을 가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크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금리가 내리고 보니 과거에 냉대 받던 '금리+알파' 라는 슬로건이 먹혀들고 있다고 봅니다. 하루 상.하 15% 변동폭도 개인에게는 큰 부담이구요.

박 : 미래에셋이 지난해 처음 뮤추얼펀드를 시작하면서 규모를 얼마로 해야 할지 망설였습니다. '박현주1호' 5백억원은 거의 1백% 개인에게 팔렸습니다. 개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개인고객의 성향을 보면, 주가가 오르니까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70% 정도는 앞서 강대표 지적대로 '금리+알파' 에 만족합니다. 최근 은행들이 발매한 '단위금전신탁' 이 단시간에 매진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권 : 금리가 15%, 또는 그 이상일 때는 웬만한 수익률이 아니고서는 주식투자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금리가 불과 8% 수준에서 1~2% 차이만 높아도 상당히 구미가 당긴다고 봐야겠지요. 사실 엄청난 변화가 아닙니까.

이 : 주식이냐 채권이냐 식의 이분법이 아니라 다양한 투자기회중에서 각자의 투자성향에 맞는 것을 고르는 시대로 진입하는 과정으로 봅니다. 간접투자는 그런 면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 줍니다.

강 : 투신권의 자금이 97년말 1백조원에서 최근 2백40조원까지 급속히 불어났습니다. 단기간에 이렇게 빠른 '자산간 대이동' 이 일어난 적이 없었고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예라고 생각합니다.

권 : 자본금 1백억원에 불과한 운용회사들이 수천억원 또는 수조원 또는 그 이상의 큰 자금을 운용하는데 대해 불안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 신탁자산과 고유자산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전혀 우려할 사항이 아닙니다.

강 : 운용회사는 고객 돈을 실제로 만질 일이 없습니다. 과거 환매 요청이 있을 때 고유자산에서 안아주는 등의 편법 운용이 문제됐습니다만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곽 : 가령 운용회사의 실수로 고객의 주문을 잘못 체결, 손실을 입힌 경우에라도 자본금이 아닌 보험으로 커버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본금 규모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이 : 참고로 일본의 운용회사 자본금 규제는 5천만엔 (5억원) 입니다. 환금성을 보장하는 상품이 다양해져야 합니다.

권 : 요즘 신문을 펼치면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어제는 무슨 펀드, 오늘은 또 무슨 펀드 이런 식입니다. 과거엔 은행이면 같은 은행이었고 투신이면 같은 투신으로 알았는데 최근엔 "골라서 사야겠다" 는 생각이 듭니다.

곽 : 당연히 골라야 합니다. 판매를 맡은 증권사는 펀드의 특성을 잘 이해한 후 투자성향이 꼭 들어맞는 고객에게 권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아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강 : 증권사에서 좋은 종목을 추천하듯 훌륭한 펀드를 골라 주거나 여러가지 펀드를 평가, 분석하는 직업도 장차 생겨날 것으로 봅니다.

이 : 골라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우선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에선 경쟁이 일어나고 다른 한편에선 특성을 추구해가다 보면 투자자의 만족도 커지고 업계도 발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처음이다 보니 혼란스럽게 보일 뿐입니다.

권 : 펀드를 고를 때 고려해야 할 기준은 무엇입니까.

곽 : 주식을 살 때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는 경영자의 자질과 능력입니다. 마찬가지로 펀드를 살 때도 운용회사의 경영진을 봐야 합니다.

강 : 일관된 운용철학, 리스크 (위험) 관리 그리고 위법행위 감시 등 세가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과거의 운용성과인데 우리는 시작단계라 아직 내놓을 것이 없는 실정입니다.

박 : 모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운용이 중요합니다.

곽 : 해외 경험을 보면 위기후 새로 시작한 금융사들이 급성장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래에셋이나 저희의 신선한 이미지가 호감을 산 것 같습니다.

권 : 운용철학을 소개해 주세요.

박 : 어느 회사나 지향하는 바는 같다고 봅니다.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를 구별할 필요는 없고 결국 수익률이 판도를 가를 것입니다. 저희 기본철학은 펀드멘털 (기본가치)에 입각한 투자, 수익보다 위험관리에 우선 순위를 두고 소수 입장에서 시장을 보는 것입니다. 저희는 IMF 이전에 출발했기 때문에 위기시에도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능력을 시장에서 높이 평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강 : 지난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저희 회사를 떠난 펀드매니저들이 거의 없습니다. 한 사람의 스타보다 다년간 경험을 가진 펀드매니저들이 모여 있다는 얘깁니다. 또 위법행위를 철저히 감시합니다. 가능하면 장기자금을 끌어들여 저희가 믿는 운용철학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이 : 외국에서 정석투자로 명성을 얻은 운용회사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국의 IIA (투자자문사) 와 전략적 제휴를 맺았습니다. 대우경제연구소의 도움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경쟁력 있는 투자수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철저한 기본분석에 입각한 종목선정, 그리고 이름에 걸맞게 주식 편입비율을 높혀 원금성장에 치중하는 편입니다.

곽 : 에셋코리아 시절 록펠러 재단, 영국의 중앙은행 연금 등에 자문함으로써 충분한 운용 경험을 쌓았습니다, 중간에 동양그룹, 이번에 미국의 SEI와 합병하면서도 원래 인력이나 상호를 지키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려 2백15조원을 관리하는 SEI가 저희를 파트너로 삼은데 대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더욱이 국제금융공사까지 출자했습니다. 현재 외국의 기관들 외에도 삼성생명.교보생명.신한은행 등 국내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입니다.

권 : 몇몇 펀드들이 저마다 높은 투자수익률을 광고하지만 미국의 경험에 의하면 전문가라 하더라도 주가지수를 지속적으로 능가하기 어렵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입니다. 수익률을 자랑하는 것은 투자자들을 오도할 수 있는 일종의 과장광고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박 : 과거 실적이 좋았다고 미래에도 좋을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지속적인 안정운용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투자성과에 관계 없이 매월 실적보고서를 고객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강 : 저희는 판매회사를 통해 그 점을 계속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조바심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수익률 경쟁 자체를 나쁘게 볼 수는 없습니다. 과거 누적된 운용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 : 펀드운용은 수익률 게임이기 때문에 수익률 공시를 나무랄 수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투자자들을 오도할 수 있는 광고는 자제하고 당국도 제재를 해야 할 것입니다.

곽 : 저희 같이 이제 막 시작한 운용회사의 경우 우선 존재를 알려야 하기 때문에 광고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허위 또는 과장광고는 삼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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