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7대 사회보험] 국민연금, 선진국도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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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진국 제도라 해서 다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연금제도는 그렇다.

이미 멀게는 1세기 전에 연금제도를 시작한 선진국들이 재정악화로 대부분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한 데다 실업증가에 따라 재정수입이 줄고 출산율 감소.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가입자에 비해 연금을 받는 사람의 비율의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95년 세계은행은 "서구의 연금제도는 실패했다" 고 결론지으며 "그럼에도 개발도상국들이 실패한 제도를 뒤따르고 있다" 고 지적했다.

앞으로 50년간 연금 지출은 세계 모든 지역에서 2배 이상 늘어나 연금위기를 맞을 것이란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각국은 연금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급수준을 낮추거나 지급조건을 바꾸는 제도개혁에 나서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01년부터 특례노령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연금을 받는 연령을 65세로 일원화했다.

영국도 여자들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이 현재 60세이나 남자처럼 65세로 2020년까지 늦추기로 했다.

미국도 2020년에 가면 연금재정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제도 개선안 ▶일본.영국.스웨덴식으로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하는 방안 ▶칠레처럼 연금제도를 완전 민영화하는 방안을 놓고 4년째 저울질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금재정은 가입자 본인이 보험료를 10년 이상 낸 뒤 노후에 연금을 받는 '적립방식' 을 채택하고 있으나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연금제도를 일찍 도입한 나라들은 '부과방식' 으로 가고 있다.

이 제도는 세대간 소득재분배가 바로 이뤄지는 장점이 있으나 고령화사회가 되면 젊은 세대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일부 선진국은 적립방식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나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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