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방선거 해설] 출구조사결과 무소속 선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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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1일 일본 정당의 선거대책본부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통일지방선거 최대 관심지인 도쿄도.오사카 지사선거의 출구 조사결과 때문이다.

또다시 무당파 (無黨派.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출구조사 결과 선두는 무소속 후보들이 차지했다.

도쿄는 뒤늦게 무소속으로 뛰어든 보수 정객 이시하라 신타로 (石原愼太郎) 전 운수상이, 오사카도 무소속인 요코야마 노크 (橫山ノック) 현지사가 큰 표차로 앞서 나갔다.

도쿄에서는 2위도 정치평론가인 무소속의 마스조에 요이치 (舛添要一) 였다.

지난 95년에 불어닥친 '무당파 바람' 못지 않은 현상이다.

대도시 선거구에서 정당후보들이 설 곳은 없었다.

자민당.민주당은 도쿄도 선거에서 이시하라 후보가 당선 요건인 유효투표수의 25%를 차지하지 못해, 재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데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내각 출범 이후 전국 규모로 처음 치러진 이번 선거는 중의원 선거 (2000년) 의 전초전이자, 오부치 내각의 중간평가로 관심을 모았다.

일본 선거 전문가들은 ▶2천억엔에 이르는 도쿄의 재정적자 ▶실업 증가 ▶환경오염 등 선거의 핵심 이슈에서 무소속 후보의 공세가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어간 반면 정당후보들은 효과적인 방어를 못한 게 승패의 분수령을 갈랐다고 평가했다.

집권 자민당은 유엔사무차장 출신의 아카시 야스시 (明石康) 후보를 내세웠으나 도쿄 지사선거 출구조사에서 바닥권을 맴돌았다.

자민당은 모리 요시로 (森喜朗) 간사장 등 자민당 집행부의 퇴진문제를 놓고 한바탕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91년 도지사 선거 당시 오자와 이치로 (小澤一郎.현 자유당 당수) 간사장은 후보 교통정리에 실패해 물러난 바 있다.

자민당은 이번에도 후보 선정과정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자민당 출신의 이시하라와 가키자와 고지 (枾澤弘治) 전 외상이 동시에 출마, 패배를 자초했다.

'분열 선거' 를 치른 데 대한 비주류의 공세는 거셀 것이 분명하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창당의 산파역을 맡았던 하토야마 구니오 (鳩山邦夫) 후보가 당선권에서 밀려나 야권 통합을 통한 집권 구상이 빛을 잃게 됐다.

독자 후보를 내지 않은 야 2, 3당인 공명당과 자유당은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앞으로도 정국의 캐스팅보트를 쥘 전망이다.

한편 노나카 히로무 (野中廣務) 관방장관은 10일, 오는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의 조기 실시를 시사해 선거 후 예상되는 내분의 조기진화에 나섰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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