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긴급 현안질문] 단상서 몸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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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일 국회 본회의는 3.30 재.보궐선거의 불.탈법 행위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 (攻防).몸싸움으로 시끄러웠다.

선거현장에서 쌓인 응어리와, 서상목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격앙된 감정이 일시에 분출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재.보선의 문제점 자체에 대해서는 긴급현안 질문에 나선 8명의 여야 의원 모두 공감하고 자성하는 자세였다.

○…한나라당 이우재 (李佑宰).이사철 (李思哲) 의원은 "3.30선거는 무차별 향응과 불법 사랑방좌담회로 얼룩진 '자유당 선거' 였다" 고 규정하고 대통령 사과와 관계자 문책를 촉구했다.

이어 안택수 (安澤秀) 의원은 "국민회의.자민련의 '쌍끌이 여당' 은 재.보선을 통해 호남.충청 지역구도를 심화시켰다" 고 주장. 특히 安의원이 '양두구육 (羊頭狗肉) 정권' 의 격한 용어를 쓰자, 자민련 의석에서 "어느 당 덕분에 배지를 달았는데 무슨 소리냐" 고 고성과 야유.

安의원이 내각제로 인한 공동정권의 분란을 지적하자 국민회의 장영달 (張永達) 의원이 참지 못하겠다는 듯 단상 위로 올라가 "얘기 같은 얘기를 하라" 며 발언을 제지. 동시에 한나라당 이규택 (李揆澤) 의원이 단상으로 뒤쫓아가 張의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여당측은 "선거패배를 무마하기 위한 야당지도부의 정치공세이자 서상목 방탄국회를 연장시키려는 의도" (薛勳의원) 라고 반격했다.

구로을의 국민회의 선대본부장을 지낸 박광태 (朴光泰) 의원은 구로을지역에 뿌려졌다고 주장해왔던 '이회창 스카프' 를 내보이며 "오히려 돈선거를 치른 야당의 적반하장.역선전의 상징" 이라고 반박.

시흥선거의 동 (洞) 책임자를 지냈던 자민련의 김칠환 (金七煥) 의원은 "중앙당을 옮겨놓은 재.보선 양상에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고 토로. 한편 한나라당측은 "8월까지 내각제 결론을 내겠다는 청와대측 주장은 9월부터 예산국회가 개최되는 점에 비춰 내각제를 안하겠다는 것" 이라며 양당의 틈새를 벌리려 했다.

○…답변에 나선 김종필총리는 "3.30선거에도 잘못된 점, 과열된 점이 있었지만 지난날에 비하면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한다" 며 "선거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여야 모두 공정하게 조사, 엄정하게 처리하겠다" 고 다짐했다.

그러나 金총리는 "대통령사과와 관계장관 사퇴는 지금 고려하지 않고 있다" 며 "여야가 정치개혁을 마무리해 대안을 내달라" 고 해법을 제시. 내각제 질문에 대해서 金총리는 "국민에 대한 약속인 만큼 지켜져야 하며 대통령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다뤄나가겠다" 고만 답변했다.

최훈.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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