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가 주한 포르투갈 문화원장 韓-포 교류사 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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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과 포르투갈과의 관계가 처음 맺어진 것은 1592년 임진왜란 때 입니다.

당시 원군 온 명나라 군대에 포르투갈 잠수병이 있어 일본군의 배를 침몰시키는 활약을 했습니다. "

주한 포르투갈 문화원장인 안토니오 브라가 (46)가 최근 한국과 포르투갈의 교류사를 엮은 '임진왜란에 참전한 포르투갈인들' 이라는 1백10쪽의 한국판 책을 펴내 화제다.

이 책은 1595년 포르투갈 신부인 루이스드 프로이스가 쓴 '일본사' 를 참고로 해 쓴 한국의 문화생활 기록이다.

이 책에는 포르투갈인들이 17세기에 그린 아시아.한국지도 등 5백여점의 사료사진이 담겨 있다.

브라가는 "91년 문화원이 한국에 처음 문을 열면서 기획한 임진왜란 4백주년전에서 이같은 사실의 일부가 밝혀졌지만 당시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고 설명했다.

이후 족보학자인 편홍기 (片泓基) 씨가 92년 조선시대 화가인 김수운이 그린 '천조장사전별도' 라는 그림에 명나라에서 원정 온 포르투갈인 잠수부를 해귀 (海鬼) 라고 적은 것을 발견해 입증했다는 것.

그는 "이 책에 실린대로 포르투갈 지도제작자들이 한국.일본을 서양지도에 처음 그렸고 1615년 마엘 고딩유가 제작한 지도에는 동해가 한국해 (마르 코리아 : mar coria) 라고 표기돼 있다" 고 설명한다.

그는 한국을 방문한 첫 서양인도 포르투갈인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역사책에는 1627년 네덜란드인 베르테브르가 한국을 처음 방문한 서양인으로 기록돼 있지만 포르투갈 상인 조앙멘드스가 1604년 일본으로 가다 배가 좌초돼 한국에 4개월 정도 머무른 것이 처음입니다. "

이 내용은 조선왕조의 국경수비일지인 '등록유초' 에 기록돼 있다는 것. 포르투갈 국립대학인 포르투대에서 서양사를 전공, 미국.프랑스에서 포르투갈어 교수를 지내기도 한 브라가는 89년 한국에 문화원장으로 부임, 10년간 국내에 거주한 한국통. 98년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박람회에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초청하는데 중재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오는 6월엔 이 책에 담긴 지도전시회도 열겠다" 며 "앞으로 사물놀이 등 독특한 한국 예술도 유럽에 널리 알리겠다" 고 말했다.

이 책은 문화원에서 대학 등에 무료로 배포하고 일반인들에게는 1만5천원 정도에 판매할 계획. 02 - 790 - 3838.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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