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두번 울리는 공원묘지]바가지 일쑤,부실한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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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상 (喪) 을 당한 집안에서 장지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망자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경우 더욱 그렇다.

하루 이틀 사이에 묘지를 정하자니 이것저것 가릴 겨를이 없다.

일단 모셔놓으면 관리가 엉망인 사실을 뒤늦게 알아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일부 공원묘지의 부실.부정은 바로 여기에 터를 잡는다.

◇ 분양가 뻥튀기 = 경기도내의 사설 공원묘지 상당수가 비석.묘테.석물을 특정업체에 맡기도록 강요하는 방식으로 고시된 분양가의 10배 이상까지 받는다.

경기도의 공원묘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양주군의 한 공원묘지는 지자체가 고시한 평당 사용료가 10만원인데도 석물설치비 2백만원과 잔디값.인건비 1백50만원을 포함, 3평에 3백80여만원을 받고 있다.

평당 고시가격이 8만원인 포천군내 공원묘지도 매장료와 석축비.조경비.석물비.잔디 및 묘테값 등의 명목으로 6평에 3백32만원을 받고 있으며, 경기도 양주군의 W공원 역시 같은 방식으로 평당 고시가 10만원을 63만원으로 부풀려 분양하고 있다.

◇ 마구잡이 묘지개발 = 지난해 여름 1백80여기의 분묘가 유실.파손된 경기도 양평군 M공원묘지. 주인 잃은 묘비와 신원확인이 안돼 비닐로 덮어놓은 봉분이 곳곳에 널려 있다.

복구율은 지난 1월말 현재 불과 17.9%. '재원이 없다' 는 이유로 수해 8개월이 지나도록 복구 및 보상 요구를 외면해 왔으면서도 최근 입구 오른쪽 급경사지에 3천여평 규모의 새 묘역을 조성중이다.

주민들은 "경사도가 비교적 완만한 기존 묘지도 해마다 크고 작은 붕괴사고가 있었다" 며 "40도 가까운 급경사로 새 묘지를 만드는 배짱이 놀랍다" 고 혀를 내둘렀다.

3백여기의 분묘가 피해를 보았던 인근 P공원묘지도 마찬가지. 복구율이 40%에 불과한 상태에서 급경사면과 골짜기에 새 묘역을 조성해 분양중이다.

경기도는 "무너질 위험에 대비해 경사도를 낮추도록 요구했지만 법적인 근거가 없어 이들이 응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 불법확장 난무 = 조림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서울 Y유통 李모회장은 지난 77년부터 경기도 양평군에 대규모 시범조림단지를 조성해 나무를 가꿔왔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 인근 M공원묘지에서 3천여평의 산림을 무단침입, 도로와 묘지를 조성하는 바람에 20여년 된 소나무 등 상당수가 베어진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 회사는 원상복구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묘지로 한번 쓰인 땅은 나라도 어쩌지 못한다" 는 공원묘지측의 강변에 밀려 빼앗긴 땅을 헐값에 매각하는 것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불법행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공원묘지의 요구에 따라 양측은 서류상 명의는 Y유통 소유로 남겨두는 편법을 사용했다.

역시 양평군에 있는 P공원묘원은 지난 97년 재정경제부과 군이 소유한 땅 및 인근 주민의 사유지 등 모두 2만2천여평에 불법묘지를 만들고 1백50여명에게 '허가받은 사설묘역' 이라고 속여 분양했다가 발각돼 이사와 현장소장이 구속되고 대표이사는 수배됐다.

충남 천안시 C공원묘원 역시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묘지로 사용할 수 없는 농지와 산림 4만여평을 불법전용한 사실이 적발됐으나 원상복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관리부실과 관리비 횡령 = 경기도 양주군 S공원묘지에 부모를 모셨던 J씨는 지난해 8월 유해 일부가 유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현장에 달려간 J씨를 더욱 황당하게 한 것은 휩쓸린 묘지 밑에서 모습을 드러낸 시멘트 포장도로였다.

공원묘지측은 "개울을 복개할 때 위에 덮었던 폐 (廢) 아스콘 등이 빗물에 휩쓸려 온 것" 이라고 우겼으나 경기도의 조사 결과 도로를 옆으로 옮기며 옛 도로 위에 흙을 깔고 분양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묘지는 최근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의 합동감사 결과 지난해 3월 재해예방 안전점검에서 3개소의 축대 39m가 유실 또는 붕괴한 사실이 적발됐음에도 수해때까지 이를 방치하고 수입.지출 관련서류도 비치하지 않는 등 주먹구구 운영을 계속해왔다.

경기도 양평군 P공원묘지의 경우, 군에 신고된 매장기수는 5천7백여기였으나 최근 군과 현지주민들의 실측 결과 1천여기가 많은 6천8백50여기가 있었다.

이 공원묘지는 지난 97년 검찰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묘지위치를 기록한 묘적부를 불태워버려 묘지가 유실될 경우 원상복구를 제대로 하기가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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