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KBS '당신' 주연 김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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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탤런트 김혜선 (29) 은 올해로 연기생활 10년째를 맞는다. 89년 MBC 청소년 드라마 '푸른교실' 로 데뷔한 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둥그런 얼굴만큼이나 여유가 있다.

그가 5일 시작하는 KBS 아침 드라마 '당신' (이덕재 작가.홍성덕 연출)에서 변신을 시도한다. 지금까지 맡았던 배역이 대부분 동갑내기에 그쳤으나 이번에는 18세 새색시에서 70대 노인까지 폭넓게 걸쳐있다. 그래서 부담감이 크다.

그가 맡은 역할은 주인공 유순예. 가정은 뒤로 하고 동료나 이웃에만 눈길을 돌리는 남편 (독고영재)에게 시집가 온갖 고난을 이겨내며 2남4녀를 훌륭하게 키워낸다는 줄거리다.

시대적 배경도 일제 말기부터 현대까지. 삼각관계.불륜 등이 득세했던 아침극의 분위기를 돌려놓는다는 취지도 담겨있다.

"정말 요즘 같아선 쫓겨나기 딱 좋은 남편이지요. 하지만 우리 어머니들은 다 그런 삶을 참아왔잖아요. 너무 쉽게 만나 너무 쉽게 헤어지는 최근의 세태를 돌이켜보면 생각할 점이 많아요. 이혼을 가볍게들 여기거든요. " 김혜선은 본인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27개월 된 아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어머니가 무엇인지 느꼈다는 것. "출산 때의 고통을 잊지 못해요. 모성애란 이런 것이구나 절감했어요. 차라리 내가 죽는 일이 있더라도 아이만은 꼭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 본인의 가정사도 드라마와 닮았다고 전한다.

"딸만 넷의 장녀지요. 아버지의 잇단 사업실패로 어머니의 고생이 컸지요. 아버지 성품이 고와 남들에게 주머니에 있는 돈도 털어주곤 하셨지요. " 그래서 인내의 의미를 배웠다고 말한다.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어본지도 정말 오래됐지요. 서로 이해하고 사는 것이 정도 아닐까요. " 환한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번진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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