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산지자원화를 앞당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다시 식목일을 맞는다.

지난 46년 입법원이 식목일을 제정해 4월 5일 서울 사직공원에서 첫 식목일 행사를 가진 이래 반세기동안 1백억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고 가꾸어 벌거숭이 민둥산이 푸르름을 되찾고 국제사회에서 '녹화 성공국' 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이는 70년대 두차례에 걸친 치산녹화 10개년 사업의 강력한 추진과 독림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은 바 크고 국민들의 깊은 관심과 호응의 결실이 아닌가 싶다.

녹화에는 일단 성공했으나 아직도 '숲은 있으되 나무다운 나무는 없다' 는 유치단계를 못벗어나고 있는 것이 정말 안타까운 노릇이다.

오늘 우리들이 이 정도의 자연환경이라도 향유할 수 있는 것은 녹화된 산림 덕분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자원으로서의 산림을 대하는 정치인들의 인식과 철학은 지극히 박약해 우리의 임정 (林政) 이 본격적인 육림 등 산지자원화를 더 이상 진척시키지 못하고 사각지대에서 홀대당하고 있다는 것은 유감이다.

북한이 겪고 있는 극심한 식량기근도 따지고 보면 북한의 정권담당 엘리트들이 산림을 우습게 본 데서 비롯된다.

식량증산을 위해 계단식 농토를 조성한답시고 나무를 닥치는 대로 자르고 황폐화시킨 대가와 앙갚음을 혹독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뒤늦게 뉘우쳐 부랴부랴 산림 회복에 나섰으나 한번 망가진 자연은 좀처럼 원상복구가 안되고 해마다 재앙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같은 비극의 악순환은 산야가 알몸을 드러냈던 70년대 중반까지 우리도 해마다 경험해야 했다.

산림의 연간 공익기능 효용가액은 34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조사대로라면 연간 국민 1인당 80만원 꼴의 산림혜택을 무료로 제공받고 있는 셈이다.

산림의 공익기능은 ▶강수량의 50%를 산림이 흡수하는 수량효과와 ▶토사유출을 막아 수해를 방지하고, 대기를 정화시키며 야생조수류를 보호하고 ▶국민의 정신적.정서적 가치와 문화적 효용가치의 부여 등 헤아리기 어렵다.

이밖에도 산림은 맑은 물, 깨끗한 공기의 원천으로서 인간 생명의 근원이고

'환경의 꽃' 으로서 인간 생활에 갖가지 혜택을 주고 있다.

산림은 현재 건설된 국내 9개 다목적댐의 저수량 1백10억t의 2배에 가까운 1백80억t의 물을 담아두었다가 서서히 내려보내는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 축적된 산림으로도 이 정도의 효과를 나타내는데 장차 산림축적량이 배가되면 그 효과와 효용가액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취임 첫해를 국제통화기금 (IMF) 위기 탈출을 위해 전력투구해왔다.

따라서 임정에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미지수이나 임기 2년째에 접어든 올해부터의 임정방향이 주목된다.

후진국 정치의 특성이 늘 그러하듯 국가원수의 관심 표명이 문제해결의 열쇠가 돼왔다는 점을 상기할 때 장차 金대통령이 우리 임정이 처한 당면과제를 제대로 파악해 정책을 추진할지 자못 궁금하다.

우리 임정의 당면과제는 크게 보아 치산녹화의 토대위에 산지를 '자원화' 하는 것과 임지의 75%를 차지하는 사유림 산주들의 산림투자기피현상을 종식시키는 일이다.

나무다운 나무를 기르는 산지자원화에는 산지에 대한 투자가 전제돼야 하며 이를 임업선진국 수준인 국민총생산 (GNP) 의 0.3~0.4%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독림가들에게 육림경비 지원이 필요하며 산림의 공익기능을 생각하면 이의 정당성도 확보돼 있다.

정부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산주들로 하여금 육림투자를 크게 자극시킬 것으로 보인다.

생계에 위협을 받으면서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는 산주 가운데는 "그동안 산지에 투자했던 돈으로 농토를 구입, 차라리 농사를 지었더라면 장기저리의 각종 농사자금도 빌려쓰고 농가부채 탕감혜택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정치권으로부터 동정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을텐데…" 라며 푸념하는 측도 없지 않다.

나무에 대한 투자를 매력있는 사업으로 만들어 투자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주면 임업도 하나의 업 (業) 으로 존립하게 되고 기업임업이 발전하게 되며 산림투자도 저절로 촉진될 것이다.

金대통령의 국정철학인 시장경제원리가 임업분야에 적용된다면 임업과 임정이 제 자리를 찾고 제 궤도에 올라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임업이 '수지맞고 매력있는 사업' 이 되면 지금처럼 식목일을 따로 두고 초등학교 어린이와 공무원들을 대거 동원하는 등 굳이 애국조림에 호소하지 않아도 서로 다투어 나무를 심는 조림 붐이 일어날 것이다.

이원달 한국독림가협회 이사.본지 전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