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PO] 김유택, 12득점 6리바운드 맹활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점프의 높이로 따진다면 기아 김유택 (36) 의 전성기는 대만 존스배대회에서 슬램덩크 챔피언에 올랐던 89년일 것이다.

당시 김은 공중 2회전에 이은 리버스 슬램덩크로 미국 선수들까지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제 김유택은 덩크슛을 시도하지 않는다. 그러다가는 무릎이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김유택은 기아의 포스트맨 가운데 국내선수로는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

지난달 30일 삼성과의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4강전. 클리프 리드가 2쿼터 종료 직전 5반칙으로 물러나자 기아 벤치는 10여점이나 앞선 상황에서도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러나 기아 박인규 감독은 차분한 표정으로 김유택을 불렀다. 김은 이미 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다.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10분도 뛰지 않았던 김은 이날 20분동안 리드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12득점.6리바운드에 실책은 1개도 없었다. 삼성의 버넬 싱글톤은 김유택의 수비에 막혀 후반 4득점에 그쳤다. 리드가 계속 뛰었어도 김유택보다 더 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몸싸움이 심한 센터는 선수생명이 짧은 포지션이다. 그러나 정말 뛰어난 센터는 나이조차 뛰어 넘는다.

미국프로농구 (NBA) 의 전설로 꼽히는 센터 빌 러셀.로버트 패리시는 40세가 넘어 은퇴했다.

김유택이 아직도 코트에 설 수 있는 비결은 누구보다 뛰어난 기본기에 있다. 특히 발놀림이 뛰어나다.

공격할 때는 수비선수보다 먼저 유리한 자리를 점령하고 수비에서는 상대선수의 길목을 차단한다.

김유택의 건재를 확인함으로써 그동안 제이슨 윌리포드.리드에게 포스트를 맡겨온 기아는 더욱 무서운 팀으로 떠올랐다. 포스트 시즌이 되면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는 기아의 저력이다.

허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