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때리기 이제 그만…' 美행정부가 '바람막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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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정부가 최근 두 가지 예민한 대외정책들을 놓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나는 물론 유고연방에 대한 공습문제다.

다른 하나는 의회를 중심으로 불거져나오는 중국에 대한 강경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일이다.

미국의 첨단 핵무기 기술을 절취했다는 중국의 스파이 행각이 언론을 타면서 불붙기 시작한 미국내 '중국 때리기' 분위기는 계속 이어져 왔다.

빌 리처드슨 에너지장관이 의회에 출두해 의원들로부터 '방첩활동이 미비했다' 는 등의 이유로 질책을 받았다.

미국 상.하 양원을 통과한 국가미사일방위법안 역시 북한.이라크 등의 미사

일 위협을 염두에 두고 시작됐지만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미사일 위협도 고려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같은 대중 (對中) 강경분위기의 고조는 미 행정부로선 부담스러운 사태진전이 아닐 수 없다.

북한 핵문제 등 중국과 협조해야 할 국제적 사안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4월초 주룽지 (朱鎔基) 총리의 방미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23일 미 상원외교위원회 청문회의 증언자로 출석한 스탠리 로스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발언은 이런 미국 정부의 입장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로스 차관보는 "미 정부의 대중 포용정책으로 미국이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 고 지적하고 "21세기 중국은 미국의 양자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상대가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또 핵스파이 사건보다 중.장기적 대중관계의 전략적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며 '나무보다 숲을 보는' 대중정책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미 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에 있어서의 중국의 협조사례를 소개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개발 억지와 4자회담 등에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부각시킨 것이다.

아울러 중국은 올해 건국 50주년, 천안문사태 10주년을 맞아 국내적으로 각종 시위에 시달릴 것이며 실업급증.성장률저하 등 경제사정도 상당히 악화되면서 시련에 봉착할 것이란 예측까지 곁들이며 미 정부의 대중정책을 옹호하는 데 열을 올렸다.

대중정책 집행과정에서 미국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대목중 하나는 대만의 집요한 로비활동이다.

올해는 미 정부의 대만관계법이 발효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 대만은 아시아 소사이어티.헤리티지재단 및 우드루 윌슨센터 등을 활용해 대만 문제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로비활동의 핵심은 물론 중국에 대한 유감이 미국내에 팽배하도록 하는 데 있다.

朱총리의 방미를 앞둔 시점에서 펼쳐지는 대만의 집요한 로비는 '돌발변수' 로 작용할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향후 미국의 대중정책은 과거 중국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던 당시와 달리 세계무역기구 (WTO)가입 등 중국의 국제사회 편입을 확대시키고 북한 등 미국의 골칫거리 해결에 중국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전략모색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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