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불쑥 튀어나온 혹 놔둬도 이상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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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회사원 이상국 (40.동작구상도5동) 씨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손목에 조그마한 혹이 솟더니 갈수록 커져 이제는 지름 3㎝가 좋이 될 정도로 커진 것. 또 처음엔 말랑말랑 하던 것이 갈수록 점점 딱딱해졌다.

손목에 생기는 혹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혹에 들어있는 내용물의 정체는 손목을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겔 같은 액체인 '겡글리온' .이 액체는 힘줄과 힘줄 사이 또는 관절과 관절 사이에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데 이 주머니 (관절막)가 늘어난 것이 바로 '결절종' (혹) 이다.

대개는 손목 위쪽이나 아래쪽에 주로 생기지만 무릎 관절 부근, 또는 발목 관절 근처에 생기는 경우도 가끔 있다.

성균관대의대 삼성의료원 정형외과 심종섭 (沈宗燮) 교수는 "그냥 둬도 몸에 나쁘지는 않지만 보기에 좋지 않고 또 딱딱해 지면 손목을 움직일 때 이물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제거하러 오는 환자들이 많다" 고 말한다.

없애는 방법은 전신 마취를 하고 절개해서 액체를 뽑아낸 후 관절막 입구를 봉합하는 수술이 제일 확실하다.

관절 근처까지 확인해서 액체가 나오는 지점을 꿰매기 때문에 재발률이 낮지만 수술 후 통증이 있고 흉터가 남으며 상당기간 손목 관절을 움직이기 힘들다는 점이 단점.

연세대의대 정형외과 김학선 (金學善) 교수는 "이렇게 하면 재발률이 5~10% 정도로 떨어지지만 전신마취를 해야하고 수술 후 회복기간도 길어 환자가 이를 원치 않을 경우는 국소마취를 한 후 주사기로 빼서 없애기도 한다" 고 설명한다.

액체를 빼내고 다시 스테로이드 약물을 투입하면 당장은 말끔히 없어지지만 다시 혹이 재발할 가능성도 50%정도나 되는 것이 단점이다.

金교수는 "결절종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며 "다만 손가락을 주로 쓰는 피아니스트는 결절종이 거의 없는데 비해 손목을 주로 쓰는 타자수에게는 흔하게 발견되는 걸로 미루어 손목관절을 심하게 사용하는 것이 원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고 말한다.

결절종 중 20~30% 정도는 저절로 없어진다.

문제는 혹이 단순한 결절종이 아닌 경우. 沈교수는 "드물긴 하지만 종양일 수도 있다" 며 "대개는 전문의가 만져보고 외관을 보면 곧 구별할 수 있다" 고 들려준다.

이럴 땐 영상자기공명촬영 (MRI) 이나 초음파 또는 조직검사를 해 종양 여부를 판별한 후 제거하게 된다.

따라서 손목에 혹이 생기면 일단은 병원을 찾아 혹의 정체를 가려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피부 밑에 지방이 뭉쳐 생긴 지방종은 결절종보다 흔한데 관절 주위보다 손등이나 팔뚝 등 부위를 가리지 않고 생긴다.

결절종보다 물렁물렁하며 손가락으로 밀면 밀린다.

불빛 아래 비춰보면 노란 색조를 띠는 것도 지방종의 특성. 지방종은 대부분 미용상 보기 흉한 경우가 아니면 따로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드물지만 지방종 역시 암처럼 악성의 조짐을 보일 경우가 있으므로 마냥 방심해선 곤란하다.

호산병원 피부과 이미경 (李美京) 박사는 "통증이 있거나 갑자기 크기가 커지고 경계가 불분명하며 주위에 새끼 혹이 생길 경우 조직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고 충고했다.

치료는 수술칼로 피부를 절개한 뒤 지방덩어리를 직접 제거하는 것.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치료가 가능하며 국소 마취하에 30분 정도면 간단히 끝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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