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특위' 정치권 공방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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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안한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 설치를 놓고 정치권 공방이 치열하다.

먼저 열린우리당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키로 하는 등 위원회 설치를 위해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혀 대통령의 제안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여기에 민주노동당은 위원회를 국회내 특별위원회가 아닌 독립기구로 둬야 한다는 제안을 하는 등 당마다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열린우리당=조만간 정책위 산하에 진상규명특위 구성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설치키로 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우리당은 그러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특위 구성을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우선 그동안 산발적으로 추진돼온 과거사 진상규명 관련 법안들을 올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해당 상임위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그 뒤 국회를 통과한 과거사 관련 법률을 토대로 각계대표가 참여하는 '진실과 화해 미래위원회(가칭) '또는 국회의장 자문기구를 구성해 포괄적으로 진상조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위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한나라당내 개혁 소장파 의원들과도 공조를 모색하면서 한나라당 지도부를 압박한다는 복안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신기남 의장도 부산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과거사 처리문제는 한당의 힘만으로는 안되고, 전국민적 사업이 돼야 한다"며 "친일진상규명특별법 등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법안을 올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지도부가 여권의 과거사특위 제안에 대해 "야당과 야당 지도자를 겨냥한 정치적 술수이자 민생경제를 살펴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과거사 들추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여당의 드라이브가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일단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으나 강경대응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향후 정국이 급격하게 경색될 전망이다.

그러나 비주류 일각에선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지도부에 수용을 촉구하고 나서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16일 회의에서 노대통령의 과거사 국회 특위 제안과 관련해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공개 질의를 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국정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조사대상 시점이 언제인지, 공권력에 의한 일반 범죄자 인권침해도 포함되는지, 친북 반민족행위와 빨치산 간첩 문제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을 할 것인지 등을 공개질의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민노당은 16일 특위를 국회 내 특별위원회가 아닌 독립기구로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과거사 규명특위를 국회 내에 설치할 경우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으로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없다"면서 "반민특위나 국가인권위처럼 독립기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노당은 과거사 특위와 별도로 '잘못된 역사'의 희생자들과 각계 각층 대표들이 참여하는 가칭 '민족사 정립을 위한 국민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리=김준술 기자, 연합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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