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근육병으로 숨진 소년 유언따라 퍼스컴 보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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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난치병으로 숨진 어린이의 못 다 이룬 소망이 99회계연도 일본 예산에 깃들여졌다.

일본 정부는 올해 예산에 '18세 이하의 장애자용 의사전달 퍼스컴' 을 염가로 보급하는 비용을 반영했다.

전신이 마비되는 근육병 증세를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눈을 깜빡여 의사를 전달하는 장치다.

이는 근육병에 걸려 의사소통을 위해 몸부림쳐오다 숨진 가와이 유키 (河合雄貴.당시 8세) 군의 유지 (遺志) 를 받아들인 것. 기후 (岐阜) 현 기후시에서 태어난 가와이는 세살때부터 불치의 근육병에 걸려 꼼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목소리도 낼 수 없었고 인공호흡기 신세를 져야 했다.

의식은 멀쩡했지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눈과 얼굴근육 뿐. 부모.친구와는 눈을 깜빡거려 '얘기' 를 주고 받았다.

가와이는 장애자용 의사전달 퍼스컴이 설치돼 있는 기후현립 양호학교에 입학했다.

눈을 깜빡여 컴퓨터 입력센서를 움직이는 훈련의 나날들이었지만 몸에 배질 않았다.

어린이용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점도 숙달을 어렵게 했다.

그렇다고 가와이 부모가 한대에 1백여만엔을 넘는 퍼스컴을 집에 들여놓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가와이는 결국 97년 8월 부모와 함께 복지 주무부서인 후생성의 문을 두드렸다.

10월에 당시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郎) 후생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후생성측의 답변이었다.

그러나 그해 9월 가와이는 그만 근육병이 악화되면서 숨을 거뒀다.

숨진 가와이를 대신해 부모가 고이즈미 후생상을 만났다.

부모는 "우리 아들같은 근육병 환자들의 불편을 덜어달라" 며 장애자용 의사전달 퍼스컴 보급의 확대를 간절히 요청했다.

그로부터 1년반. 후생성은 '18세 이상 근육병 환자에게 소득세에 따라 최고 7만2천엔에 장애자용 의사전달 퍼스컴을 보급해 주는 제도' 를 올해부터 18세 이하한테도 확대 적용키로 했다.

노인보건복지국의 예산에 별도의 항목을 추가해 신청 환자에게 보급키로 한 것. 일반회계 예산 81조8천억여엔중 '작은 액수' 지만 근육병을 앓고 있는 1천여명의 18세 이하 환자에게는 의사 전달의 새 길이 열렸다.

가와이군의 어머니 가와이 게이코 (河合慶子.40) 씨는 "아들이 못 다한 얘기들을 같은 병을 앓는 어린이들이 부모.친구와 주고 받았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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