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커지는 '젊은층 수혈'론]중진 긴장-신진 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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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정치권 젊은 층 수혈론' 발언이 정가에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권 핵심부에서는 계속 군불을 때고 있으며 중진의원들은 좌불안석이다.

한나라당도 태풍의 영향권에서 마냥 비껴있을 수만은 없다.

"잘 되겠느냐" 는 냉소 속에서도 젊은 층 수혈론이 갖는 파괴력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수혈론' 파문과 여권 구상을 짚어본다.

'젊은 층 수혈론' 이 세대교체론으로 번져가면서 여권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를 앞두고 으레 나오는 정치적 수사인지, 지도체제까지 개혁적인 젊은 층으로 바꾸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청와대쪽은 보다 공격적인데 반해 국민회의는 다분히 수세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개혁주체 세력을 확대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고 강조했다.

반면 조세형 (趙世衡) 총재 권한대행과 권노갑 (權魯甲) 고문.김근태 부총재 등이 참석한 국민회의 총재단 회의는 이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다. 다만 회의 시작전 누군가의 입에서 "세대교체 멤버들이 모두 모였군" 하자 폭소가 터졌으나 분위기는 어색했다.

유재건 (柳在乾) 부총재가 개혁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근태 부총재를 향해 "요즘 잘 나가는 사람은 金부총재밖에 없다" 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회의를 마친 뒤 權고문은 "젊고 새로운 인물을 받아 들이는 것은 지난 13, 14, 15대 총선때의 우리 당 관행이었다" 면서 " (대대적인 수혈은) 선거를 앞두고 조직강화특위에서 하는 것" 이라며 원칙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부분의 중진의원은 "대통령의 말을 언론이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 아니냐" 고 불편한 마음을 내비쳤다.

반면 '열린 정치포럼 (총무간사 李吉載)' '푸른 정치모임 (간사 辛基南)' 을 중심으로 한 개혁적인 초.재선 의원들은 "개혁세력 전면배치론이 일과성이 아니길 바란다" 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당내 세력갈등을 의식한 듯 공개적 언급은 극히 자제했다.

당내 개혁세력의 리더격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은 김근태.노무현 (盧武鉉) 부총재.임채정 (林采正) 홍보위원장 등이다.

이해찬 (李海瓚) 교육부 장관과 청와대 김정길 (金正吉) 정무수석도 이들과 같은 묶음으로 분류된다.

정동채 (鄭東采) 기조위원장과 청와대 김한길 정책기획수석은 푸른정치모임 출신이며 천정배 (千正培).방용석 (方鏞錫).김영환 (金榮煥) 의원과 청와대 박선숙 (朴仙淑) 비서관 등은 95년 '통일시대 국민회의' 로 국민회의에 합류한 그룹이다.

金대통령이 외부세력 수혈로 당세 확장에 성공했던 대표적 사례는 88년 '평민연 (평화민주통일연구회)' 의 영입을 통해서다.

평민당 창당후 인물난에 빠졌던 金대통령에게 이들 세력이 합류하면서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95년엔 '마지막 재야세력' 으로 불리던 김근태 부총재의 통일시대 국민회의를 흡수해 개혁적 이미지로 5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97년 대선 직전 김원기 (金元基) 현 노사정위원장, 노무현.김정길.유인태.원혜영 (元惠榮) 씨 등 통추세력의 지지를 받으면서 金대통령은 자신의 지지기반이 비호남권에도 확대되고 있음을 강조할 수 있었다.

이제 민주개혁 국민연합 (상임대표 金祥根).국민정치 연구회 (이사장 李在禎) 의 양대 정치개혁 시민단체가 金대통령의 개혁세력 수혈통로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당내외의 개혁그룹은 당 지도부와 기존 정치체계를 넘어 대중적 여론형성을 통해 金대통령의 정치혁신 구상에 힘을 실어줄 것을 계획하고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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