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질산업' 기승…최다 발생지역은 남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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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구촌 곳곳에서 인질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업인 등을 납치, 공갈협박으로 몸값을 받아내는 범죄가 최근 3년새 하루평균 10여건씩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인질을 전문으로 한 무장 범죄조직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 범죄' 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는 최근호에서 '인질산업' 이란 표현까지 동원, 세계 인질문제를 특집으로 다루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 보도했다.

인질사건은 특히 멕시코.콜롬비아.홍콩.러시아 등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납치대상도 지주.중소상인 등에서 기업인.국제구호단체 직원.관광객들로 확대됐다.

인질사건의 최다 발생지역은 남미로 최근 3년간 보고된 발생건수만 6천7백여건이다.

멕시코의 경우 인질산업의 규모가 연간 6천만달러에 달하고 콜롬비아의 범죄조직들은 몸값 등으로 한해 1억7천만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산됐다.

보안관련 컨설팅 회사인 컨트롤 리스크 그룹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지난해 집계된 인질 납치사건만도 1천4백92건이다.

인질의 안전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은 건수까지 감안하면 실제 건수는 이의 2, 3배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에콰도르에서는 최근 두명의 미국 기업인이 무장 괴한들에 납치됐으며, 예멘에서는 두명의 미국인을 포함한 16명의 서방관광객들이 납치돼 구출작전 도중 4명이 숨졌다.

체첸에서는 3명의 영국인과 한명의 뉴질랜드인이 게릴라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고, 중국에서는 중국계 미국 기업인이 납치됐다가 미국에 있는 그의 가족이 몸값을 치르고 나서야 풀려났다.

이처럼 몸값을 노린 납치사건이 빈발하자 납치보험까지 등장했다.

포천지가 선정한 전세계 5백대 기업 중 65% 이상이 납치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납치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애써 숨기려 든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질 경우 해외출장이 잦은 경영진이 납치범들의 주 타깃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최근엔 몸값은 물론 협상.심리전문가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신종 납치보험까지 등장했다.

전세계적으로 한해 보험료가 무려 1억5천만달러에 달하지만 기업체들의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납치를 전문으로 한 범죄조직도 고도로 지능화되고 전문화됐다.

감시.납치.협상 등 각자 전문분야를 특화하는 등 철저한 업무분담을 한다.

인질감시 등은 다른 갱단에 하청을 주기도 한다.

브라질의 범죄조직들은 인질을 한데 모아 24시간 감금하는 '인질호텔' 을

공동운영하고 있다.

납치보험의 확산과 인질사건에 대처하는 협상전문가들이 늘어나면서 다행히 인질들이 숨지는 사례는 많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치보험을 제공하고 있는 영국의 히스콕스 그룹에 따르면 납치발생 건수가 최근 3년간 계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나 인질사건 10건 중 9건꼴로 협상 등에 의해 목숨을 건지고 있다.

전직 미 국무부 관리로 현재 보안관련 컨설팅을 하는 데이비드 필즈는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범죄조직도 미리 위험도를 산정한 후 납치대상을 물색한다" 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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