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소비계층·유통업체 겨냥 미사일식 브랜드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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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산에서는 토끼표, 바다에서는 거북이표 상품을 팔아라'. 최근 의류.화장품.가구.가전부문 제조업체들이 각 유통업체의 특성에 맞춰 브랜드를 따로 개발하는 마케팅 전략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컴퓨터를 주로 이용하는 청소년층인 네티즌을 공략하기 위해 독특한 사이버 상품을 개발하는 등 자사 상품의 가격.품질을 소비자와 이들이 주로 찾는 유통업체의 '눈높이' 에 맞춰주는 것이다.

화장품 회사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유통망이 세분화됨에 따라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대량생산.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소비층.유통업체를 겨냥한 제품을 개발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고 밝혔다.

◇ 네티즌을 잡아라 = 컴퓨터와 PC통신을 이용하는 젊은층인 네티즌 전용상품으로 '사이버 브랜드' 가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 제품은 컴퓨터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 유통마진을 대폭 줄여 값도 일반 상품보다 싸다.

PC통신 '하이텔' 의 전문 판매상품으론 사이버 티셔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로고세븐 (go logo7) 과 '네트 제너레이션' 등이 대표적인 상품. 전문브랜드 상품으로는 '티셔츠 공화국' 'Street2000' 등이 장당 5천~1만원씩 팔리고 있다.

속옷 브랜드로는 '언더웨어 브띠끄' 를 표방하고 있는 바디룩 (www.jangbogo.co.kr) 이 대표적인 상품. 국내 최초의 사이버가구 전문 브랜드인 'FOD' 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사이버 가구점은 소비자가 인터넷 (www.fod.co.kr) 을 통해 크기.가격 등을 적어 신청하면 이에 맞는 상품을 직접 제작해 무료 배달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 할인점 공략상품 봇물 = 유아복 전문업체인 해피랜드는 최근 할인점인 E마트.하나로마트에만 별도로 공급하는 전용 유아복 '라팡스' 를 개발, 이를 전담하는 신규 사업부까지 만들었다.

또 의류업체인 대룡월드와이드는 신업태 전용 캐주얼 의류인 '데일리' 를 출시해 까르푸 등 신업태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할인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주로 28~32세의 남녀라는 점에 착안해 이들을 겨냥한 특별 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며 "앞으로 백화점 등에 진출할 때 이에 맞는 별도의 제품을 만들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20~30대의 직장인을 주 고객층으로 삼고 있는 '돈길' 은 2만~3만원대의 중저가 제품을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다. 유티에이의 캐릭터 팬티인 '언더라인' 도 까르푸.삼성홈플러스.한화마트.대우마트.메트로미도파에서만 팔고 있다.

◇ 전문상가.백화점 전용 제품 = 가전.전자전문 매장인 테크노마트와 전국의 30여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 전자랜드21은 기획상품 형태로 자사 고객을 위한 전문 브랜드 상품을 제조업체로부터 OEM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납품받아 팔고 있다.

테크노마트의 경우 대우전자로부터 부가기능을 뺀 기획상품을 납품받아 29인치 TV를 47만원, 세탁기 (10㎏짜리.DWF - 1088N5) 를 53만원에 팔고 있다.

이밖에 화장품업체인 드봉의 '오휘' 와 아모레의 '헤라' '설화수' '리리코스' 는 롯데.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는 브랜드 상품. 화장품 업체들은 90년대 들어 할인매장이 우후죽순처럼 번지자 상품.가격을 차별화해 백화점의 고급상품을 찾는 특정 고객의 수요에 맞추고 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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