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이회창 총재 대화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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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정치인 사정

▶이회창 총재 = 과거 캐내기식 사정으로 야당을 압박하는 것은 고질적 병폐다. 이 정권 출범 전의 과거를 청산해야만 국민통합의 바탕이 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 = 나는 누구보다 많은 핍박을 받았다.

정치보복은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정계개편

▶李 = 인위적 정계개편은 중단돼야 한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생산적인 대화정치와 정책대결을 펴달라. 법안 날치기 처리와 같은 일이 있어선 안된다.

▶金 = 대통령이 되고 난 뒤 1년간만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나 야당은 총리 인준.실업예산안 국회 통과를 거부했다. 여론이 정국안정을 이루기를 원했기 때문에 부득이 과반수 확보 작업을 했다. 앞으로 인위적 정계개편은 결코 안할 것이다. 국회 날치기 처리도 있어선 안된다.

◇ 도청.감청 문제

▶李 = 불법도청.감청.고문.정치사찰 등 인권침해는 근절돼야 한다. 국회 529호실 사건과 같이 안기부 (현 국가정보원) 의 정치사찰이 다시 있어선 안된다. 야당 후원자에 대한 협박과 도청도 시정해 달라.

▶金 = 고문 증거가 확실하면 굳은 결심을 갖고 결단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증거가 없다. 529호실은 과거 당신들이 만든 것이다. 부수고 들어간 것은 잘못이다.

◇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

▶李 = 검찰총장과 국가정보원장은 국민들로부터 심각한 불신을 받고 있는 만큼 경질돼야 한다. 특검제와 정보원장.검찰총장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행해야 한다.

▶金 = 특검제는 야당 때 우리도 주장했으나 판단을 잘못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폐지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총장.경찰청장 인사청문회는 대통령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것이고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 대북정책

▶李 = 상호주의를 배제한 일방적 대북 지원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국민 성금으로 비료를 무상 공급하는 게 옳은가. 대북정책에 대해 미국과 견해차는 없는가.

▶金 = 대북정책의 큰 테두리는 상호주의 원칙이다. 대북정책의 최대 목적은 전쟁억지다.

◇ 경제 및 민생 현안

▶李 = 빅딜은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정부 주도로 이뤄져 기업경쟁력 제고라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金 = 빅딜은 전경련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지 정부가 지시한 게 아니다.

재벌이 약속하고도 1년 이상 안지키니까 은행이 채권자로서 개입하는 것이다.

◇ 국민연금

▶李 = 4월 1일 확대실시 강행은 경제사정과 국민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적 행태다.

▶金 = 미비점을 보완해 가면서 시행하되 마구잡이로 하지는 않겠다. 집행과정에서 졸렬한 것이 나와 국민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 한.일 어업협정

▶李 = 독도 영유권을 훼손하고, 협상팀의 무지로 어민에게 막대한 손실을 줬다. 관련자에 대한 조치도 있어야 한다.

▶金 = 독도는 어협과 무관하다. 어민에게 피해를 준 것은 미안하며 보상하겠다.

(李총재가 발언을 끝내자 金대통령은 다섯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

▶金 = 민주주의 하는 나라로 만들겠다. 인권을 향상시키고 복지를 실현할 것이다.

▶李 = 고문.도청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있다.

▶金 = 경제를 반드시 살려내겠다. 4대 개혁을 완성, 선진국으로 도약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야당의 일부 세력이 지역감정을 조장한 것은 잘못된 것이고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제2건국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해를 없애기 위해 하부조직을 민간으로 할 것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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