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용도 '재산' …은행문턱 낮추기 하기나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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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카드대금 한두달 연체하고 은행잔고가 다달이 바닥난다해도 예전엔 별문제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개인의 신용관리가 철저해야 은행문턱이 낮아진다. 은행뿐 아니다. 앞으론 사람의 됨됨이 까지 신용상태로 평가받을 날이 머지 않았다.

은행만 국제적인 수준으로 변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되면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국제 수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김상일 (37.회사원) 씨는 요즘 생각할 수록 흐믓해진다. 지난 15일 시세보다 싼값으로 나온 분당의 급매물 아파트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결혼후 처음으로 마련한 내집이다. 돈이 조금 모자랐지만 조흥은행 분당지점에서 1천만원을 대출받아 손쉽게 메울 수 있었다. 그것도 일반고객 보다 2%나 싼 연 11.5%의 좋은 조건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평소의 신용관리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대출문의를 받은 조흥은행은 김씨의 거래 평점을 조사했다.

그 결과 김씨는 ▶최근 3개월간의 예금평잔 1천1백만원 (1백점) ▶거래기간 5년 이상 (50점) ▶보험료.전화요금등 지로자동이체 5건 (50점) ▶급여이체 (40점) ▶신용카드 6개월 이용실적 1백20만원 (30점) 등 총 3백50점을 받았다. 또 은행연합회 신용정보망을 조회하니 신용카드.대출금 연체사실이 한번도 없었다.

창구직원은 "신용대출로 3천만원까지 즉석에서 대출해줄 수 있다" 고 말했다. 앞으론 다른 은행으로 보내는 온라인 송금수수료도 면제해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 10일 은행에서 5백만원을 신용대출 받으려던 강모 (27.대기업 근무) 씨는 크게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용불량자로 드러나 대출이 안된다" 는 통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지난 1월 "계약액 5백만원의 2년제 적금을 든뒤 1개월이 지나면 언제든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는 설명만 듣고 신용대출을 받으려 했던 것이다.

대출이 무산된 것은 강씨가 2년전 신용카드 대금 53만원을 7개월 연체했던 기록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외환위기 이후 개인 대출에서도 신용평가를 강화했다. 신용이 좋으면 '특별 대접' 을 받지만 신용이 나쁘면 불리한 대출조건 등을 감내해야 하거나 아예 거래조차 힘들어진다.

특히 금융기관들은 금융감독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연대보증제도를 축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개인신용평가 모델의 개발과 정착을 서둘러왔다. 신용위험에 민감한 카드회사.백화점.통신회사 등도 신용평가 기능을 확충하고 있다. 따라서 신용상태에 따라 웃고 우는 사람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은행연합회 신용정보망은 은행을 포함해 새마을금고까지 연결해 대출이나 신용카드의 연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론 핸드폰 사용료, 공과금, 할부판매, 백화점 카드 연체액 등까지 모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신한은행 재테크팀 서성호 팀장은 "정보조사 기관이 핸드폰, 할부금 등의 납부자료를 축적하고 있어 앞으로 이를 대출자료로 사용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용도를 높이려면 ▶대출.신용카드.할부금.공과금 등의 납부를 철저히 하며 ▶주소가 바뀔 경우 은행이나 카드사 등에 변경된 주소를 통보해 연락두절로 인한 불이익이 없게 하고 ▶주거래은행을 정해 모든 은행거래를 집중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빛은행 개인고객 개발부 안홍찬 과장은 "대출.카드 등 연체로 규제를 받을 경우에는 보통 규제가 시작된지 30일 내에 연체금을 갚아버리면 불량기록이 남지 않는다" 며 신용의 사후 관리에도 잊지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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