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허창수'호 돛달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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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속의 총수'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다음달 '총수 경영체제'를 선언하고, 경영 전면에 나선다.

허 회장은 지난 12일 기자와 만나 "그룹 회장 사무실을 9월 초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강남 GS사옥으로 옮긴다"며 "그때부터 그룹 총수로서 대외 활동을 본격화하고, 기자들과도 자주 만나겠다"고 말했다. 재계 7위 그룹(자산 기준)의 총수로서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허 회장은 LG에서 분가하기 전인 올 상반기까지 LG건설 회장 등을 맡았으나 대외 활동은 자제해 왔다.

허 회장은 이날 서울 역삼동의 GS그룹 사옥을 방문해 ㈜GS홀딩스와 LG건설 등 계열사 사무실을 두시간가량 돌면서 서경석 GS홀딩스 사장 등 임직원들을 일일이 격려했다. 지난달 1일 LG에서 분가한 이후 그룹 총수로서의 첫 공식 행보였다.

GS그룹 관계자는 "지난 5월 말 GS그룹 지주회사인 ㈜GS홀딩스 이사회에서 허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돼 그룹 총수로서 법적 자격을 갖춘 상태"라며 "다음달 초 허 회장이 대외 활동에 본격 나서면서 GS그룹의 총수 경영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GS그룹은 다음달 국내외 광고회사.리모델링 업체와 함께 본격적인 브랜드 교체 작업에도 나선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GS의 경영 이념과 비전을 세우면서 사옥 단장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브랜드 만들기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S그룹은 당초 기업 이미지 변신 작업을 준비하면서도 내년 말까지 LG 브랜드를 사용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난 5일 재상장된 GS홀딩스의 시가총액이 ㈜LG를 앞서는 등 그룹 분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브랜드 조기 교체를 검토 중이다. GS 측은 "그동안 브랜드 변경에 부정적이던 계열사들이 최근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면서 "LG와 GS 간의 지분 정리가 끝나는 대로 새로운 브랜드를 확정,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GS그룹은 최근 LG그룹과 주식 맞교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10일 GS홀딩스는 LG 주식 560만주를,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GS 주식 1000만주를 상대방에 판 것으로 알려졌다. GS 관계자는 "내년 말까지 지분 정리를 통해 공정거래법상 LG와 완전 분리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이왕 분가 작업을 시작한 마당에 가능한 한 앞당겨 끝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GS그룹=LG건설.LG유통.LG홈쇼핑.LG칼텍스정유 등 1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총액 16조원, 매출 18조원으로 재계 7위권이다. 허창수 회장은 LG그룹의 공동 창업자인 고 허만정씨의 손자다. 허 회장의 부친인 고 허준구 건설부문 명예회장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2세대 경영을 맡았었다. 3세 경영체제로 구본무-허창수 체제가 1995년 들어섰고, 9년 만인 지난달 두 가문이 분가하면서 3세대 57년에 걸친 동업을 마무리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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