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전문 선후배 윤동주-정병욱 전집 동시출간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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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내가 동주를 알게 된 것은 연희전문학교 기숙사에서였다. 그는 연희전문학교 문과에서 나의 두 반 위인 상급생이었고, 나이는 다섯 살이나 위였다. 그는 나를 아우처럼 귀여워해주었고, 나는 그를 형으로 따랐다…

동주가 검거된 반 년 후, 나는 소위 학병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피차에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마당에 이르러 나는 동주의 시고를 나의 어머님께 맡기며, 나나 동주가 살아서 돌아올 때까지 소중히 잘 간수하여 주십사고 부탁하였다"

윤동주 (1917~1945)가 졸업기념으로 엮은 자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가 후대에 전해질 수 있었던 사연을 이렇게 적어내려간 이는 국문학자 백영 정병욱 (1922~1982) .하나는 시로, 다른 하나는 고전시가와 판소리 연구로 우리 문학사에 발자취를 남긴 두 식민지 문학청년은 반세기 뒤, 전집으로나마 서가에서 다시 만났다.

후에 서울대 교수를 역임,가람 이병기.도남 조윤제의 학맥을 이어 국문학 제2세대의 중추로 활동했던 정병욱의 저작전집 (신구문화사) 이 제자들의 힘으로 최근 간행된 데 이어 한일 양국 연구자들이 엮은 '윤동주 자필 시고전집' (민음사) 이 나온 것.

정병욱전집은 '한국고전시가론' 등 생전의 저작과 미발표원고를 8권 분량으로 묶고, 지인.제자들의 추모글을 또 1권에 묶었다.

유족측 대표 윤인석 (성대 건축공학과교수) 씨와 문학연구자 왕신영.심원섭.오오무라 마스오 4인이 엮은 윤동주전집은 30년대 중반의 시고집 '나의 習作期의 詩 아닌 詩' 에서부터 자필메모에 이르기까지 윤동주의 흔적을 하나하나 사진찍어 실었다.

이후남 3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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