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의 안산순화도로 추진 여론 반대로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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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사회지도층 인사와 대학생들이 함께 나서 서울 도심의 환경파괴를 막았다.

지난주 서울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지도층인사 30여명과 연세대 총학생회측은 서대문구가 추진중인 '안산 (鞍山) 순환도로 개설 저지를 위한 호소문' 을 발표했다.

서명인은 철학자 김용옥 (金容沃) 씨, 이영덕 (李榮德) 전국무총리, 윤정옥 (尹貞玉)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김자경 (金慈璟) 오페라단장, 박인공 (朴印空) 봉원사 주지 등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지도층 인사 30여명. 안산순환도로는 서대문구가 지난 96년부터 2005년까지 2백79억원을 들여 북아현.봉원.대신.연희동 등에 걸쳐 있는 안산에 개설하려는 폭 12m, 길이 6.1㎞의 순환도로다.

이 구간에는 기존 3.8㎞에 폭 6~10m의 도로가 개설되고 나머지 2.2㎞는 순수임야로 보존돼 시민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구는 "방치되고 있는 안산에 남산처럼 순환도로를 만들어 서울의 명소로 만들겠다" 며 지난해 연말까지 시비 36억원을 지원받아 기존 포장구간중 연희3동 연북중학교~홍제2동 공무원아파트간 1.1㎞를 폭 12m로 확장하고 도로 양옆으로 배드민턴장과 시비 (詩碑) 등을 세우고 화단을 조성했다.

그러나 李 전총리 등 서명인들은 "안산의 중허리를 뺑돌려 도려내는 이 순환도로는 주택지역을 공해와 소음에 휩싸이게 할 뿐 아니라 연세대.이화여대 등의 교육환경을 해치고 차량소통으로 산림을 오염시킬 것 "이라며 순환도로 건설 계획 백지화를 요구했다.

서명을 주도한 철학자 김용옥씨는 "구가 테마공원 조성과 이에따른 순환도로 건설, 각종 재건축사업 등으로 안산을 조직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고 통렬히 비판했다.

서명인들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모든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안산 파괴실태를 조사해 자연 그대로 원상복구 시키라" 고 촉구했다.

관내 지도층 인사들의 호소문과 연이은 연세대 학생회측의 항의방문에 놀란 구청측은 "주민들이 반대하고 환경훼손의 위험이 있다면 순환도로 개통을 중단하겠다" 고 14일 밝혔다.

구관계자는 "앞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해 지역개발을 추진하겠다" 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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