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틴틴] 조상들 생활, 속속들이 살펴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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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사박물관 11-조선생활관3
한국생활사박물관 12-남북한생활관
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 지음
사계절, 11권 106쪽, 12권 126쪽, 각 권 1만8000원

고구려사 논쟁이 뜨겁다. 그런데 광개토대왕과 을지문덕 장군, 그리고 연표화한 역사를 줄줄 외는 것만으로 고구려인을 우리 민족이라 내세울 수 있을까. 그보다는 ‘땡땡이’옷을 즐겨입고 쪽구들방에서 간장에 절인 멧돼지 고기를 먹던 그네들 모습을 친근하게 떠올릴 수 있을 때, “고구려는 살아있는 우리의 역사”라고 떳떳이 외칠 수 있지 않을까. 21세기 역사교육에서 ‘생활사’가 주목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그 생활사만으로 전시실을 꽉 채운 ‘가상 박물관’이 연인원 400여명, 총 25억여원이 투입된 만 5년 간의 대역사(大役事) 끝에 완공됐다. 사계절출판사의 ‘한국생활사박물관’시리즈가 11·12권의 동시출간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이 대형 프로젝트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다양한 역사적 해석과 과감한 편집 디자인을 시도, 우리 출판계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마무리 피칭’도 깔끔하다. 11권은 마지막 선비 세대에서 개화 관료, 그리고 식민지 지식인으로 이어지는 어느 3대의 삶을 통해 20세기 전후의 조선시대 생활상을 생생히 되살려냈다. 댕기머리가 아닌 단발을 해 ‘모단(毛斷)걸’, 또 자유분방한 행태 때문에 ‘못된걸’로도 불렸던 ‘모던걸(신여성)’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가득하다.

12권은 역사서로서는 대담하게 ‘남한’이라는 용어를 전면에 사용하며 50여년간 ‘대한민국’만을 우리나라로 여겨온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내미는 통합현대사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숨가쁘게 달려온 남쪽 사람들의 모습과 ‘수령과 굴뚝’으로 대변돼온 북쪽의 생활·문화상을 압축해 보여준다. 특히‘하나의 언어’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마지막 장은 통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케 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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