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대외방송 국영화 반대 신뢰성만 떨어뜨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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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방송개혁위원회가 마련한 국책방송 설립에 관한 보도를 접하고 우려되는 바가 있다.

한국방송공사가 국제방송.사회교육방송 등을 통합, 새 국책방송사를 만든다는 개혁안 때문이다.

나는 15년째 한국에 거주하는 독일인으로 얼마 전 독일에서 한.독 친선협회장인 루드비히 슈트라우스 김을 비롯, 수많은 지한파 (知韓派) 들을 만날 기회를 가졌다.

이들은 한국에서 송출하는 독일어방송을 십수년 넘게 애청해온 사람들로 우리의 정치.경제, 심지어 최신 유행가요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수준이었다.

거창한 세계화보다 이들 지한파의 저변확대 차원에서 한 국가의 대외방송 역할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그런데 옛 소련 붕괴후 94년 '라디오 모스크바 방송' 이 국영에서 공영으로 바뀌는 등 사회주의 국가조차도 국영방송 체제로는 경쟁력 저하 및 객관성 확보가 어려워 민.공영으로 이양되는 추세다.

하물며 투명성을 외치고 규제를 풀어나가자는 한국에서 대외방송을 국책방송으로 전환하려는 발상은 이런 방송추세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본다.

국제송출 방송을 국가가 주도할 경우 공영방송으로서의 신뢰도뿐 아니라, 인지도 또한 땅에 떨어지는 등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안넬리제 슈테른 고 <독일인.한국외국어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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