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작품 '천공의 섬 랴퓨타' 판권 소유여부 놓고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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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 하나를 놓고 국내 비디오업계가 떠들썩하다.

일본의 국민감독으로 추앙받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宮崎駿) 의 대표작인 '천공의 섬 라퓨타' .

이 작품이 최근 국내에서 비디오로 출시되면서 이 작품의 판권을 놓고 국내업체가 다투고 있는 것. '천공의 섬 라퓨타' 는 '걸리버여행기' 에 그려지는 하늘에 떠있는 섬의 이미지를 차용한 SF액션물로 86년 극장개봉 당시 8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을 만큼 히트작이었다.

이 작품을 저팬애니메이션이라는 국내의 중소업체가 지난달 초 상.하편으로 약 1만 세트를 제작, 전국의 비디오숍에 배포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공급가격도 극장개봉 흥행작품보다 비싼 2만8천원선. 그러자 대원동화가 판권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미 이 작품의 한국판권을 대원동화가 갖고 있다는 것. 이에 저팬애니메이션측도 판권을 계약했다고 주장하며 "대원동화가 먼저 계약했다면 우리도 속은 셈" 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원동화의 황정렬 기획개발실장은 "저팬애니메이션측이 정말 속았는지 아니면 공연예술진흥협의회 심의에 가짜 계약서를 제출했는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가 끝나면 밝혀질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의 해외판권을 담당하고 있는 일본 도쿠마 인터내셔널은 이런 실정이 전해진 직후 변호사를 통해 실상 조사에 착수하고 최근 문화관광부와 공진협에 항의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천공의 섬 라퓨타' 는 회수조치에 들어갔다.

이 문제가 일단락된다 하더라도 일본대중문화 본격개방을 앞둔 우리 애니메이션계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런 식으로 치고 빠지는 '문화도둑' 이 늘어나는 분위기는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공진협 관계자는 이 비디오가 공연예술진흥협의회 심의 (99년2월1일) 까지 마친 것에 대해 "음반협회를 거쳐 저작권 등 관련서류가 접수된 상태에서 내용상 문제가 없으면 그만" 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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