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가 봄무대를 적신다…'탄생 250돌 기념축제'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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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베토벤.슈베르트.슈만.멘델스존 등 기라성 같은 작곡가들이 '낭만주의의 정신적 지도자' 괴테에게 인정받고 싶어 애를 태웠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슈베르트는 독일 가곡사에 빛나는 금자탑 '마왕' 을 괴테에게 헌정하려다 퇴짜를 맞았다.

생전에 모차르트를 무척 존경했던 괴테는 모차르트가 '파우스트' 를 오페라로 작곡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런 관점에서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문호 괴테의 탄생 2백50주년을 맞아 '괴테와 음악' 을 주제로 한 예술의전당의 '괴테 페스티벌' 이 관심을 끈다.

괴테 페스티벌은 12일 리사이틀홀에서는 열리는 '괴테와 슈베르트.볼프' 를 시작으로 15~16일 독일문화원에서 열리는 '오페라로 보는 괴테의 파우스트' '괴테와 독일가곡의 만남' , 다음달 3일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괴테 시에 의한 가곡의 밤' 도 애호가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다음달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괴테 콘서트' .임헌정 지휘의 부천시향과 메조소프라노 김청자, 테너 김재형과 합창단이 브람스의 '알토 랩소디' 와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 을 연주한다.

'알토 랩소디' 는 괴테의 연작시 '겨울 여행' 중 3편에 곡을 붙인 것. '파우스트 교향곡' 은 파우스트.마그리트.메피스토펠레스를 각각 소재로 한 3악장짜리 교향시다.

괴테는 질풍노도라는 시대정신을 통해 낭만주의 음악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 넣어주었다.

특히 1만2천행이 넘는 장시 '파우스트' 는 음악사에서 무궁무진한 창조력의 샘물이다.

구노를 비롯, 슈포어.비숍.도니제티.보이토.베를리오즈.부조니.아이슬러.프로코피예프.앙리 푸쉬 등 많은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만들었다.

이밖에 슈만의 오라토리오,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 '파우스트 교향곡' , 말러의 '천인 교향곡' , 바그너의 서곡도 '파우스트' 에 영감을 받은 것. 괴테의 문학은 또 토마의 오페라 '미뇽' , 마스네의 오페라 '베르테르' , 베토벤의 오페라 '에그몬트' , 슈만의 '미뇽을 위한 레퀴엠' , 그리고 슈베르트.슈만.볼프의 주옥같은 가곡을 낳았다.

특히 슈베르트는 '미뇽의 노래' 를 같은 가사로 4곡이나 작곡할 정도로 애착을 가졌다.

'미뇽의 노래' 중 가장 유명한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내 괴로움을 알리' 는 슈베르트 뿐만 아니라 베토벤.차이코프스키도 곡을 붙였다.

많은 음악가들이 괴테의 작품에 연연했던 것은 괴테의 문학이 본디 음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 18세기까지 엄격히 분리되었던 노랫말을 위한 시와 낭송.낭독을 위한 시의 구분이 괴테에 와서 없어졌다.

극장감독을 지내기도 했던 괴테는 자신의 희곡을 상연할 때는 반드시 부수음악을 연주하도록 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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