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라 월터스 명성 르윈스키 입 열게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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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공격적 인터뷰로 유명한 미 ABC방송 원로 여성앵커 바버라 월터스 (67) .그녀가 르윈스키 덕분에 새롭게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르윈스키의 닫힌 입을 열게 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MSNBC가 월터스를 '최고의 TV저널리스트' 라고 치켜세우며 이례적인 특집방송을 마련할 정도. 클린턴 성추문 이후 미.영 언론은 르윈스키 인터뷰에 사활을 건 경쟁을 벌였다.

폭스TV는 대가로 3백만달러 (36억원) 를 제시했다.

월터스와 함께 인터뷰에 성공한 영국의 채널 4TV는 40만파운드 (약 8억원) 를 지불했다.

하지만 월터스는 이름 하나로 무료였다.

"르윈스키가 나를 택한 것은 인터뷰의 신뢰성을 고려했기 때문" 이라고 우쭐댔지만 반박은 없었다.

카스트로.사담 후세인.보리스 옐친.장쩌민 (江澤民).닉슨.레이건 등. 월터스가 인터뷰한 인물들이다.

월터스가 유명한 것은 이처럼 세계적 지도자들과 인터뷰를 가졌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녀의 질문은 정곡을 찌르고 사정없이 아픈 곳을 꼬집는다.아무리 근엄한 인물이라도 월터스에게 걸리면 마음속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다.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는 가시돋친 질문에 격분, 인터뷰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호메이니는 다시 돌아와 인터뷰를 마쳤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답변을 정확히 끌어내는 기술에 대해 월터스는 "할머니의 영향" 이라고 밝혔다.

할머니는 어린 월터스에게 남과 대화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가르쳤다.

특히 "남을 기분 나쁘게 할 이런저런 말들은 삼가야 한다" 고 강조했다.월터스는 "할머니가 하지 말라고 한 말들을 골라서 하자 효과가 있었다" 고 술회했다.

물론 각고의 노력도 있었다.

76년 해리 리스너와 함께 ABC 저녁뉴스의 공동앵커가 됐을 때만 해도 그녀는 '눈요깃거리' 에 불과했다.

그녀 자신이 "TV카메라 한대가 추가되는 정도의 대접을 받았다" 고 당시의 냉대를 기억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뉴스메이커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편지를 수없이 썼다.

가상 질문을 만들며 수많은 밤을 새기도 했다.

전문직 여성의 대모 (代母) 로 불리는 월터스의 연봉은 1천만달러. '동료의 인터뷰를 가로챈다' '유명인사에 키스로 접근한다' 는 험담에도 불구, 그녀는 "인터뷰를 가장 잘하는 방송인" 이란 칭송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성공하고 존경받는 여성 반열에 우뚝 서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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