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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환경애니메이션 만드는 김문생·황경선부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부부가 한 직장을 다니면 지겹지 않을까. 집에서 보고 회사에서 또 보고. 그것도 남편은 대표, 아내는 실장인 크지 않은 일터라면. 하지만 영상제작사 '필름앤웍스' 의 김문생 (38).황경선 (35) 부부는 꼭 그렇지 만도 않은 것 같다.

감독 남편과 프로듀서 아내. 아내가 기획하면 남편은 만든다. 남편이 만들면 아내는 조언한다. 그렇게 친구처럼, 동업자처럼 집과 회사를 오가며 살고있다.

"각자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점에 대해서는 서로 존중해주도록 노력하죠. 그리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 고민합니다. "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와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한 김감독은 15년간 2백50여편이 넘는 광고영상과 무대영상을 연출해온 중견. 박중훈과 주병진이 기침을 하면 눈과 혀가 마구 튀어나오는 감기약 광고도 그의 작품이다.

부인 황씨는 연세대 영문과를 나와 광고회사 코래드.서울광고기획 등에서 다국적기업의 국내 홍보와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의 영화홍보담당등 마케팅과 해외세일즈 분야에서 12년간 일해온 베테랑.

지난해 7월 기획.마케팅.재정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필름앤웍스' 를 설립한 이들 부부의 역량은 최근 하나에 집중돼 있다. 2000년 6월 극장개봉예정인 SF액션로망 애니메이션 '원더풀데이즈' .

"95년 첫 시놉시스를 봤는데 감이 좋았어요. 그런데 영화로는 어려울 것 같아 김감독과 상의하다가 '그럼 애니메이션으로 하자' 는데 의견일치를 보았죠. " 김감독은 미니어쳐 (축소모형물) 를 배경으로, 무기.오토바이등 메카닉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주인공 캐릭터는 섬세한 그림으로 그린 뒤 세 가지를 합성하는 실험적인 방식을 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런 방식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깊은 맛과 극적 리얼리티를 제공하죠. 디즈니나 일본 애니메이션과 구별되는 우리만의 새로움이 될 것입니다. " 이 작품은 기획단계부터 정부의 관심을 모았다.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공동개발사업으로 선정됐고, 문화관광부 산하 영화진흥공사로부터 최초의 애니메이션 제작비 지원작에 올랐다. 황씨의 '바지런한' 국내외 출장으로 이 작품의 콘티와 캐릭터를 접한 일본.미국.호주측 관계자들이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환경올림픽을 테마로 삼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개막작품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해외에서 인정받을 작품성과 상업성을 갖춘 작품이 이제 국내에서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요" 전세계 극장에서 '원더풀 데이즈' 를 개봉시키겠다는 이들 부부의 꿈이 이뤄질지, 우리 모두 내년 여름을 기다려 볼 일이다.

[원더풀데이즈는]

때는 20××년. 환경오염으로 인해 살던 곳을 떠난 인류가 정착하게 된 곳은 남태평양의 인공섬 시실. 이곳은 인공지능으로 조절되는 환경보호적인 돔도시 레저반과 오염 그대로 남아 있는 마르라는 지역으로 구분되고 있다.

이곳의 젊은이들이 진정 잃어버린 것은 아름다운 자연보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과 자유다. 그들은 파괴된 환경을 정화시키는 방법을 놓고 두 그룹으로 나뉘어 대립한다. 하지만 이 그룹의 리더들은 어릴 적 헤어졌던 형제.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는 여인들이 있다.

장쾌한 액션과 사랑 속에서 이들의 애증은 교차하고 자연은 다시 자정작용을 시작한다. 거의 매일 비가 내리는 시실섬에서 아주 가끔 해가 뜨는 날이 있는데 그들은 이런 날을 '원더풀 데이' 라고 부른다.

셀 애니메이션 파트는 '마크로스 플러스' 'X' '공각기동대' 등 일본 대작을 많이 하청해온 국내 'DR무비' 가 맡았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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