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운영 전면쇄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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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시국상황을 보면 불안과 걱정을 금하기 어렵다.

과연 이대로 가도 괜찮은지, 이렇게 가서 우리가 도달할 곳이 어디인지 막막하고 불안하다.

실업률은 사상최고로 8.5%에 달하고 노동계의 노사정위원회 탈퇴와 춘투 (春鬪) 예고 등으로 사회불안의 위기 가능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일본 엔저 (低) 등으로 우리의 수출환경도 극히 불안하다.

이른바 IMF형 범죄는 크게 늘고 있고 새봄에 사회에 쏟아져 들어오는 대학졸업자들이 직장을 못찾아 방황하는 모습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엄청난 난국을 맞고 있는데도 난국극복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심각한 혼선과 난조 (亂調) 를 보이며 제대로 일할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정책혼선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민연금파동에 이어 의약 (醫藥) 분업 공약을 뒤엎는가 하면 해양수산부가 일본과 어업협상을 하면서 중요한 우리 어업의 일부를 무지 (無知) 로 인해 누락시키는 바람에 막대한 국익손실을 초래한 어이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법무부는 사면조치를 하면서 지난해 이미 사면한 사람을 올해 또 사면대상자로 발표했는가 하면 교육청은 엉터리 전산조작으로 4백여명 교사이동을 잘못 발령해 취소하는 소동을 벌였다.

경찰관 두 명이 한 고교생에게 권총을 빼앗겨 사살된 사건까지 있었다.

한마디로 나사가 빠진듯한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여당은 신주류 - 구주류니 하는 내부갈등을 보이면서 당정간 손발이 안맞는 모습을 보이고, 공동여당끼리 내각제문제로 멱살잡이하는 소동까지 벌이고 있다.

어디를 봐도 국정의 안정적 추진이나 난국극복을 위한 일할 태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벌써 항간에서는 "3월이 불안하다" 느니, 3월위기설이니 하는 소리가 돌고 있다.

이런 불안하고 대책없는 상황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된다.

우리는 정부.여당이 국정쇄신의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고 본다.

우선 정책혼선.행정난맥이 더 나오지 않도록 정부.여당 내부의 의사결정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정부.청와대비서실.여당의 개편.개각도 미룰 이유가 없다.

당정협조가 안되고, 부처간 협의가 안되고, 비서실 조정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혼선과 난맥이 일어난다고 볼 때 팀워크의 재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실제 각종 실책이 관련자에 대한 문책없이 그냥 넘어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당.정.비서실간의 역할분담도 새로 명백히 하고, 각자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한가지 시국불안의 중요 원천인 내각제문제도 질질 끌고만 있을 게 아니라 가부간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 문제를 그냥 두고 정권안정이 될 수 없음은 명백해졌다.

아울러 여야관계도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고 본다.

정국불안과 대화경색을 그냥 두고 시국안정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김대중 (金大中) 정부가 집권 2차연도에 들어가는 이 시기가 국정쇄신의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

정치.경제.사회.행정의 각 분야가 모두 불안하고 정상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 빨리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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