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SBS주말드라마 '젊은 태양'아부꾼역 안석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TV 드라마라고 판에 박힌 연기로 머물러서는 안돼요. 작품마다 변신해야죠. " 이미지가 고정된 일부 연기자들에겐 듣기 거북한 말이다.

SBS 주말극장 '젊은 태양' 을 보다 보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툭 삐져 나와 평범한 인물을 개성 강한 연기로 그려내는 이가 있다.

아부꾼 한재수역을 맡은 안석환 (40). 연극 '남자충동' 을 본 사람이라면 마력 같은 그의 카리스마를 떠올릴 테고, 영화 '넘버3' 를 봤다면 왠지 초점이 맞지 않는 어색한 연기를 떠올릴 터.

그가 TV드라마에 출사표를 던졌다. " '파스 (farce)' 라고 불리는 연극의 소극미 (笑劇美) 를 드라마에 녹이는 것이 저의 과제예요. " 인물의 부분적인 개성을 집중 확대해 희극적 요소를 더하겠다는 것.

"사회적 단상과 휴머니티까지 담는다는 점에서 단순한 개그와는 구별되죠. " 영화 '넘버3' 의 송강호나 SBS 드라마 '은실이' 에 나오는 빨간 넥타이맨 성동일이 바로 이런 경우라고 한다.

상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단국대 경영학과)에 입학할 때만 해도 그는 문화에 대해선 '일자무식' 이었다.

"주산과 부기 밖에 몰랐던 저에게 써클 선배들의 연극관은 충격 그 자체였죠. " 가정형편 때문에 주경야독하며 어렵사리 졸업해 구한 직장을 3년 만에 그만 뒀다.

"젊은 나이에 남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가게에서 함께 일하자는 아버지의 제의도 "5년 안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 포기하겠다" 며 뿌리쳤다. 그렇게 그는 연극계에 뛰어 들었다.

"2천원으로 하루를 때웠죠. 핫도그 1개가 점심이었어요. " 심야시내버스 운전까지 했다. 하지만 연습 시간만은 남들의 3배에 가까웠다.

연극적인 연기가 브라운관에선 어색하게도 비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평면적인 화면에 연극 무대의 깊이를 담겠다" 며 "좀 더 지켜봐 달라" 는 부탁이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