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최고가 행진 “집값 이상 열기 식힐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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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등지에서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 주부가 송파구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게시판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황정일 기자]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자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급등 지역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확대·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1일 “부동산 시장의 이상 열기를 한번 식혀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지역에 DTI 규제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초 부동산시장점검회의에 새로운 규제 방안을 올려 논의할 방침이다.

◆심상찮은 부동산 시장=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강남 재건축 시장이다. 재건축 대상이 밀집된 서울 강남구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엔 매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개업소 사장은 1일 “단기간에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에 지금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버블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그럼에도 매수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오름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7월 이후 계속된 정부의 ‘구두 경고’에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개포주공 1단지 49㎡형은 지난달 말 10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금까지 거래된 것 중 최고가다. 잠실주공 5단지 112㎡형의 호가도 일주일 새 2000만원 올라 12억5000만원 선이다. 매수 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개발 호재다. 개포 주공단지의 경우 다음 달께 단지 전체의 재건축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올가을 재건축의 통과의례인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의 각종 르네상스 개발 계획 발표도 수혜지역으로 거론되는 곳의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기업은행 김일수 부동산팀장은 “금리가 낮아 금융상품에 투자하기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용적률 상향을 중심으로 재건축에 대해 규제 완화 보따리를 풀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풍선 효과(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의 가격이 튀어 오르는 현상)’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자금출처조사 등의 규제 의사를 내비치자 집값 상승세가 강북 재개발과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성수동 신화부동산 민권식 사장은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대지 지분 20㎡짜리 연립의 가격이 최근 한 달 새 5000만원 이상 올라 5억원 선”이라고 말했다.

성수·자양동 등 한강변 일대 소규모 아파트 단지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79㎡형 아파트가 연초 3억원대에서 최근 5억원대 중반으로 호가가 뛰었다.

◆DTI 규제 매만지는 정부=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중 자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3조원 수준으로 전달(3조7000억원)보다는 줄었지만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키려면 수요를 틀어막을 수밖에 없다”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만으로는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DTI 규제 강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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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집값이 급등한 일부 지역에 DTI 규제를 도입하거나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수도권 전역으로 DTI 규제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검토대상에 올라 있다. 또 규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도권에 적용 중인 LTV 비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강남권의 경우 DTI 적용을 더 강화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서울 강남이나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위주로 가격이 좀 빨리 올라가고 있다”면서 “만약 부동산 시장에 어떤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면 전국이 아닌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산 사람에 대한 자금 출처조사에 나섰다.

이상렬·함종선 기자, 사진=황정일 기자

◆DTI(총부채상환비율)=대출자의 채무상환능력을 반영해 대출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에 돈줄을 조이는 효과가 큰 고강도 대출 규제다. 현재는 투기지역인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만 DTI 40%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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