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면 암이 더 번진다고요? 천만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포브스코리아6월 29일 세계적인 위암 전문가 노성훈 세브란스병원 교수의 강연을 듣는 ‘제2회 포브스 CEO포럼’이 열렸다. 이날 강연에는 CEO 80여 명이 참석했다.

관련사진

photo

6월 29일 오전 7시 서울 프라자호텔 2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제2회 포브스 CEO포럼’이 열렸다. CEO를 위한 건강 관리 방법을 알려주는 자리였다. 포럼 주제는‘건강한 100세를 향하여’다. 아침 조찬 세미나로 진행된 세미나에는 박승복 샘표 회장, 석강 신세계백화점 사장, 최갑홍 표준협회장,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대표, 이영관 도레이새한 사장 등 80여 명의 CEO가 참석했다.

포브스 CEO포럼 ‘건강한 100세를 향하여’

세미나 진행은 강치원 원탁토론아카데미 원장 겸 강원대 교수가 맡았다. 강 교수는 “이번 포브스 건강포럼이 CEO에게 자신의 건강을 한번쯤 돌아보고 챙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연은 세계적인 위암 전문가 노성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맡았다.

스트레스가 심하고, 식습관이 불규칙한 CEO들이 많이 걸리는 질병 중 하나가 위암이다. 노 교수는 위암 분야에서 놀라운 수술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수술한 8000여 명의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64.8%에 달한다. 수술 칼을 쓰지 않는 독보적인 수술 방식을 보기 위해 미국, 중국 등 세계 외과 의사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노 교수는 세미나에서 암에 관련한 잘못된 상식을 비롯한 위암 예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잘못된 상식 중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상당수가 암은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믿는 데 틀린 얘기”라고 말했다. 어떤 암이든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한 데다 실제로 전체 암 환자의 30~50%는 암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것.

초기 단계인 1~2기에 발견하면 위암·자궁경부암의 완치율은 50%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둘째, 암은 수술하면 더 번진다는 얘기도 잘못됐다는 것이다. 암을 완벽히 고치기 위해서는 수술로 암을 없애는 방법이 최선이다. 셋째, 암은 유전된다는 얘기 역시 잘못된 상식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관련사진

photo

(위)세계적인 위암 전문가 노성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2 자신의 건강 비결로 ‘식초’를 꼽는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즉 부모가 암에 걸렸다고 해서 자녀가 반드시 암에 걸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한가족의 구성원은 서로 식성이 비슷하고, 접촉에 따른 발암성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는 “위 조직 내 위벽에 발생하는 위암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질병”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권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이유는 맵고 짠 음식을 많이 섭취해서죠. 한국인의 70%가 보유하고 있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역시 위암의 원인으로 꼽습니다. 위암 유전력이 있거나 위궤양을 가진 경우엔 치료하는 게 좋아요.”

노 교수는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는 게 암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신선한 야채, 과일, 고단백질 식품, 우유, 인삼, 비타민 A갅갋 등이 위에 좋은 음식이다.

노 교수는 “좋은 식습관과 더불어 건강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40대 이상인 CEO들은 1년에 한 번 이상은 건강 검진을 받는 게 안전하다”고 밝혔다. 세미나가 끝날 무렵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이 깜짝 강연자로 등장했다.

CEO를 초청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이 즉흥적으로 강연을 요청한 것. 평소 꾸준히 건강 관리를 해온 박 회장은 87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어 보인다. 염색을 하지 않았는데도 머리카락이 검고, 피부는 젊은이처럼 윤이 난다. 박 회장이 “자신의 건강 비결을 여러 CEO와 공유하기 위해 강연을 자청했다”고 말하자 CEO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제 건강 비결은 식초입니다. 매일 식사 후에 소주 한 잔 분량의 식초를 물에 타 마십니다. 두 시간 후면 피로가 풀리고 과음 후에도 정신이 맑아지죠. 특히 위장 활동을 돕고 고혈압·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습니다.”이상호 참좋은레져 대표는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참석했는데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박 회장의 얘기대로 식초로 건강 관리를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박종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대표는 “세계적인 위암 전문가에게 강연을 들으니 얘기가 생생하고 이해가 잘 됐다”고 들려줬다. “특히 한국이 세계적으로 위암 발생 확률이 가장 높다는 통계는 상당히 놀라웠어요.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하니 짜게 먹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이색 진행으로 눈길 끈 강치원 교수

‘제2회 포브스 CEO포럼’은 기존 세미나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다. 사회자인 강치원(사진 맨 오른쪽) 강원대 교수 덕분이다. 그는 다소 딱딱해질 수 있는 세미나를 활기 넘치는 토론의 장으로 바꿨다.

강 교수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을 비롯해 여러 지상파 방송에서 토론 전문 진행자로 유명하다. 그는 노성훈 교수 강연이 끝난 후 테이블 토론회를 마련했다. 노 교수의 강연 내용에 대해 CEO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옆 사람과 토론하는 방식이다.

이후 테이블 대표자를 정한 후 대표자가 내용을 정리하고, 궁금증을 모아 A4 용지에 작성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CEO들도 시간이 지나자 자신의 건강 비결이나 암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얘기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토론이 끝난 후에는 테이블마다 대표로 뽑힌 CEO들이 나와 강연 소감과 궁금한 점을 묻는 시간을 가졌다.

윤태경 SC제일은행 이사는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얘기하다 보니 정보 공유는 물론 자연스럽게 세미나에 참석한 분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포럼이 건강 상식을 얻는 것은 물론, CEO들의 네트워킹에도 도움을 준 셈이다.

글 염지현 기자·사진 정치호 기자

<포브스 2009년 8월호>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