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국민과의 대화]김대통령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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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취임 후 1년이 지났다. 국민의 정부 1년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문답 경어 생략) .

"국제통화기금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서 금 모으기와 수출 증대에 총력을 기울여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 취임 당시 36억달러에 그쳤던 외환보유액이 국민의 적극적인 협력 결과 5백2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게 됐다.외국인 투자유치도 사상 초유로 많고 환율과 금리도 안정추세다.

4대 개혁을 철저히 해 은행.기업이 경제력을 갖추게 됐고 정경유착과 관치금융.부정부패를 없앴다.

외교 성과도 커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을 제고했다.

또 햇볕정책도 세계적인 지지를 얻고 있으며 사회안정으로 불법 폭력시위가 근절되고 노사정 협력도 잘해왔다.

다만 미흡한 점은 실업대책.경기회복.정치개혁.노동시장 안정이라고 생각한다. "

- 경제회복과 관련해 낙관.비관적인 전망이 엇갈린다. 대통령의 생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다만 국제 신용평가기관에서 '투자 적격' 판정을 했지만 아직도 우리 경제는 겨우 60점 수준이다. 80점 수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도 경기부양을 위해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과감히 추진하겠다.

건전한 소비는 늘려야 한다. "

- 공공요금 인상 소식이 서민경제를 불안하게 한다. 물가안정을 위한 대책은.

"3% 안정 약속은 공공요금 인상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연말에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소 불안요인이 있는 것은 농축수산물이다. 계절과 작황에 따른 영향은 받지만 물류유통을 개선해 최대한 안정되도록 하겠다. "

- 일선 금융기관 창구에서 중소기업이 자금을 지원받기가 여전히 어렵다.

"지난해 9월부터 자금사정이 상당히 완화된 것이 통계적으로 나온다.

대기업 대출이 지난해 9월 이전 1조7천억원이었지만 11월에는 중소기업에만 1조1천억원이 나갔다. 담보대출 문제를 해결하고 신용대출 정착을 위해 계속 연구하겠다. 21세기는 다품종 소량생산, 벤처.지식산업시대라 중소기업이 최적이다. 중소기업이 잘돼야 중산층이 튼튼해진다. "

- 대기업 빅딜 과정에서 고용보장이 안되면 근로자에게만 고통이 전담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다.

"정리해고는 필요할 경우 할 수 있어야 기업이 튼튼해지고 실업을 막을 수 있다. 근로자 고통은 이해하며 위로를 표시한다. 빅딜은 전경련이 중심이 돼 했다. 그러나 근로자만 고통받는 게 아니다. 지난 1년간 무려 11개 재벌이 해체됐고 5대 재벌도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수 중이다.

공무원도 4만명 감축됐고 공기업도 민영화에 따라 3만명이 줄었다.

새로운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정부는 엄정중립을 지킬 것이다.

노동운동의 자율은 보장하지만 법은 지켜야 한다. "

- 국내 기업이 외국에 팔려나가면 경제식민지가 되는 게 아니냐.

"경제식민지가 아니라 경제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국내총생산 (GDP) 대비 외국인 투자기업 비중이 중국 24.7%.말레이시아 48.6%.영국 20.5%.싱가포르 72.4%지만 우리나라는 2.6%에 불과하다. 영국에서는 우리 기업 준공식에 여왕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는 외자.선진기술 도입, 수출시장 확대, 일자리 창출 등 여러 효과가 있다. 21세기는 경제민족주의 시대에서 보편적 세계주의가 된다. "

- 정부가 뾰족한 실업대책을 마련치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구조조정으로 고용능력을 향상시키고 중소기업.3차산업 육성, 기술교육으로 우수인력을 육성하면 고용이 확대된다. 공공근로도 시행 중이며 대학졸업생을 인턴으로 4만명을 소화 중이다. 구조조정으로 일시적 실업은 증가하지만 구조조정을 해야 기업이 살아 일자리가 나온다. 이 고비를 이겨내야 한다. "

- 많은 농가가 농가부채로 허덕이고 있는데 해결 대안은 없는가.

"국고와 농협에서 1조6천억원을 부담해 농가부채 경감조치를 취했다.

99년 말까지 상환도래되는 정책성 자금을 2년간 연기했고 농수산 관련 중장기 자금 금리도 1~2% 인하했다. 농가부채 증가는 근본적으로 농산물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인 만큼 제값을 받게 하는 정책을 펴겠다. "

- 제2건국운동의 정치성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정치적 이용은 절대 안한다. 이용하면 실패하는데 왜 하겠는가.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운동이다. 새마을운동과 제2건국운동은 다르다. 제2건국운동은 의식개혁 운동으로 과거 부정적 요소를 없애고 전 국민이 신 (新) 지식인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참여하자, 바르게 살자, 다시 뛰자' 를 슬로건으로 삼는 '참바다운동' 을 전개하겠다. "

- 올해 남북관계 전망은.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안보의 뒷받침이 있는 포용정책이 최선이다.

대북정책은 건국 이후 최초로 우리가 주도해 4대국은 물론 전 세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북한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남북문제는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다. "

- 지역감정 문제가 취임 초보다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갈등 해소와 인사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대책은.

"나는 지역감정의 최대 희생자로 지역갈등 해소는 국가의 성패가 달린 문제다. 분열주의자들은 선거 당시도, 지금도 유언비어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대다수 영남분들마저 분개하고 개탄하고 있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고 인사의 공정성 확보에도 힘쓴다. 예산도 전국 시.도지사와 협의해 결정한다. 지역갈등은 경제를 망치고 후세에 큰 죄를 남긴다.

나는 똑같이 사랑하고 똑같이 위한다는 결심을 가지고 있다. "

- 내각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김종필 (金鍾泌) 총리와 잘 얘기해 처리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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