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성애자" 미국 뉴저지 주지사 고백 후 사임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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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12일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사임계획을 발표한 제임스 맥그리비 미 뉴저지 주지사.

미국 뉴저지주의 제임스 맥그리비(47)주지사가 12일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 소속인 맥그리비 지사는 불법선거자금 모금과 관련해 잡음이 많았다. 따라서 이날 기자회견에선 불법자금 문제가 언급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부인 디나와 함께 회견장에 나온 맥그리비 지사는 "그동안 스스로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많은 혼란을 느껴왔다"면서 "진실을 말하자면 나는 동성애자"라고 고백했다.

그는 "나는 다른 남자와 서로 동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고백하면서 "이는 바보 같고 용서받지 못할 행위이며 나의 결혼관계를 깨는 것이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또 "여러 가지 소문이 나돌아 지사직 업무 수행에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은 사임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그리비 지사는 전 부인과의 사이에 딸을 하나 둔 뒤 이혼해 2000년 디나와 재혼했고 둘 사이엔 세살짜리 딸이 있다. 동성애 상대자는 2002년 지사 보좌관으로 임명됐던 골란 시펠(35)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펠은 연봉 11만달러를 받으며 보좌관에 임명됐으나 자격미달 시비가 일며 8개월 만에 사임했다. 그 뒤 시펠은 맥그리비 지사에게 500만달러를 주지 않으면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했고 견디다 못한 맥그리비는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맥그리비 지사는 2002년 1월 취임했으며 1년6개월가량 임기가 남아 있다. 하지만 사임 시기를 11월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에 출근은 그때까지 계속한다.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사임 시기와 관련, 11월에 사임하면 주의회 의장인 리처드 코디가 주지사직을 이어받아 남은 임기 동안 재직하면서 내년 11월 선거에 출마할 수 있지만 지금 사임할 경우 코디 의장은 올 11월 특별선거가 실시될 때까지만 주지사로 재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시가 게이와 레즈비언 등 4037쌍의 동성에게 혼인증명서를 발급한 것은 무효라고 12일 결정했다.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주의 법률이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의 결합으로 정의하고 있고, 2000년의 주민발의 투표에서도 이성 간의 결혼만을 인정하는 가족 관련 법안이 통과됐음을 지적하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월권을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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