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보고서 초안 요약]'정경유착.정책실패 합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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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외환위기의 발생과정 및 내용

대기업의 연쇄부도 (기업위기) 는 부실채권의 급격한 증가.국제신인도 하락 (금융위기) 을 초래했고, 동남아 외환위기의 전파는 외국금융기관들의 경쟁적인 자금회수로 이어져 외환보유액의 급격한 감소 (외환위기) 를 낳았다.

◇ 위기의 원인

▶구조적 요인 = 관치경제와 정경유착으로 인해 경제효율성이 저하됐고, 여기에 차입경영과 선단식 경영에만 치중한 대기업의 부실까지 가세했다.

금융기관들은 철저한 여신심사 없이 대기업에 대출을 집중시켜 경영안정성을 저하시켰다.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고성장 정책의 지속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됐음에도 정부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억제해 외국자본 조달의 대부분을 차입에 의존케 함으로써 외채의 급격한 증가만을 초래했다.

▶정책의 실패 = 정부는 환율 평가절하의 시기를 놓쳤고, 무모한 환율방어로 외환보유액을 소진시켰다.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평가도 엉망이었다.

BIS 등 평가기준을 국제적 통용수준에 비해 훨씬 완화 적용했다.

제2금융권에 대한 사전 감독은 아예 없었다.

종금사 인허가 남발과 감독소홀은 종금사의 난립과 과당경쟁을 낳았고, 종금사의 무리한 외환업무 확대는 외환위기의 주요인이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입 등을 성급히 추진하는 등 무리한 대외 개방정책으로 국민에게 선진국 환상을 심었고, 이는 해외여행 및 유학의 급증과 과소비를 조장했다.

▶국정운영시스템의 결함 = 조기경보장치가 전무했다.

공식 보고라인 밖에 있었던 홍재형 (洪在馨) 전 부총리가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에게 국가부도 위험성을 경고했을 정도였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의 통합은 정책결정상의 견제와 균형을 잃게 했다.

◇ 외환위기의 책임

▶정부의 책임 = 당시 경제팀은 위기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안했다. 잘못된 외환보유액 정보를 시장에 제공, 정부발표 통계의 신뢰를 실추시켰다. 경쟁국 (일본) 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원화가치를 무리하게 고평가해 대규모의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했다.

▶기업의 책임 = 오너의 독단적 결정에 따른 외형 확대 위주의 차입경영에만 주력했다.

중복.과잉투자가 빈번했고, 경영의 투명성도 미흡했다.

▶금융기관의 책임 = 편중여신으로 특정 대기업 부도발생시 동반 부실화 위험을 안고 있었다.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돼 있지 않은 데서 빚어진 결과다.

리스크에 대한 체계적 관리도 없었다.

▶정치권의 책임 = 정경유착.지역이기주의.기아처리사태 지연조장.노동법 파동.금융개혁입법 무산 등으로 환란에 일조했다.

▶국민의 책임 = 노동자들의 무분별한 임금인상 요구는 고비용.저효율의 경제구조를 초래했다.

국민은 사치성 과소비와 해외여행 등으로 외화를 낭비했고, 부실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고수익 금융상품에의 무리한 투자로 금융시장의 왜곡을 조장했다.

◇ 시정 및 처리요구사항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대책의 추진.외환위기 조기정보 시스템 구축.국제자본 등에 대한 적기 대응체제 구축.대외채무에 대한 적정관리대책 강구.적정 외환보유액 유지.국정 보고체계의 정상화.경상수지 개선대책 강구.금융기관의 신용평가기법 개발.종금사 등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낙하산 인사의 지양.기업회계의 투명성 제고 및 불합리한 관행 척결.회계감사제도의 실효성 제고.기업 퇴출제도의 정비.PCS사업의 합리적 조정대책 강구.불법 계좌추적의 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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