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이렇게… 판사통신망 '논리전쟁'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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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법관 인사제도 개선 등 사법개혁을 촉구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수원지법 문흥수 (文興洙.42) 부장판사의 글을 놓고 판사들끼리 '이론과 논리 공방' 이 치열하다.

수원지법 김홍엽 (金弘燁.45) 부장판사는 최근 文부장의 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을 판사 전용 통신망에 올렸다.

사시 20회 출신인 金부장은 文부장보다 사법시험과 서울대 법대 1년 선배. 金부장과 文부장은 각각 미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 연수를 다녀왔으며 두 사람 모두 지난해 수원지법에 부임했다.

金부장은 반박문에서 "文부장이 세운 전제들은 검증없이 표현됐고 국민이 오해할 여지가 있다" 고 반박했다.

金부장은 우선 인사권자와 친한 선배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에 전관예우 (前官禮遇)가 당연하다는 주장에 공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말 그런지 확인하려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을 앞둔 판사들이 담당한 사건 중 인사권자와 친한 변호사가 얼마나 수임했고, 이 경우 판결이 얼마나 양형기준을 벗어났는지 검토부터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金부장은 판사 재임용 제도가 사법통제 수단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임용 때문에 '튀는 판결' 을 못한다는데 '튀는 판결' 이 요구되는 근거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고 지적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 이름이 없는 상고 이유서는 대법관들이 열심히 읽지 않는다는 소문이 회자 (膾炙) 된다는 주장에 대해선 "금시초문" 이라고 단언했다.

金부장은 대법관을 보좌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金부장은 또 "수뢰 공직자들이 선처받는다는데 실형을 선고받지 않고 집행유예 등을 받으면 안된다는 것인가" 라고 반문하고 "사건 유형부터 따져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일반 시민들과 법원내 반응도 흥미롭다.

일반 여론은 文부장 주장에 동감하는 쪽이 강하다.

그러나 사법부 분위기는 金부장쪽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다.

사법개혁은 추진해야 하지만 확인된 증거만을 가지고 판결하는 판사가 검증 안된 소문을 주장에 포함시켜선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위로 올라갈수록 文부장 주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다.

판사 전용 게시판에는 文부장 주장에 찬성하는 글보다 비판적인 입장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박논리의 당사자인 金부장은 "文부장의 충정어린 고언 (苦言) 을 언론이 확대 해석, 파장이 다른 양상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있어 법원이 안팎의 어려움에 처하게 될 상황" 이라고 주장했다.

사법 사상 처음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번 논리 공방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거리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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