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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식의 자세가 건강이다]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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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뒷주머니 안에 지갑을 넣고 앉아 보자. 왠지 모를 불편함이 엉덩이 끝부분에 느껴진다. 행여 지갑이 엉덩이 아래쪽으로 깊게 들어가면 골반 아래쪽이 눌려 앞으로 밀리거나 위쪽 골반이 뒤로 벌어져 양쪽 골반의 비대칭을 유발한다. ‘나비효과’처럼 작은 신체의 변화가 엄청난 신체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골반은 장골(골반뼈 중 가장 큰 넓적한 뼈), 치골(좌골 앞쪽에서 골반을 에워싸고 있는 뼈)이 천골(엉치뼈)과 결합한 모습이다. 뒷주머니에 넣은 지갑 때문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 ‘후하방장골’이다. 한쪽 장골이 뒤쪽의 아래쪽으로 변형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변위된 골반으로 한쪽 다리가 짧아진다. 이에 따라 허리·엉덩이 통증이 유발되고, 좌우 척추 근육(기립근)이 찌부러 들면서 혈액 순환이 잘 안 된다. 이른바 ‘골반변위성 요통’이다.

골반이 틀어지면 허리와 목이 틀어진다. 또 이런 변형은 근육과 뼈·인대·관절에 이상을 가져온다. 흔히 ‘골반통’이라고 부르는 골반 변형은 걸을 때 한쪽에만 뻐근한 통증이 오는 특징을 갖는다. 앉아 있는 상태에서 당연히 엉덩이는 기울 수밖에 없다. 척추는 몸을 바르게 세우기 위해 밀려 올라간 골반 반대 방향으로 휘어진다. 골격의 도미노 현상이다. 틀어진 척추는 외부 충격에 약해 디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골반이 틀어졌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구두 양 뒷굽이 닳는 차이를 보거나, 엎드린 자세에서 다리 길이를 비교해 보자. 이런 사람은 허리와 엉덩이가 유난히 한쪽으로 치우쳐 치마나 바지가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몸의 한가운데에 있어야 할 자궁의 위치가 틀어진다. 이는 생리불순·생리통·냉대하 등 증상과 심하면 불임으로 이어진다.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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