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의 도쿄에세이]아오시마 도지사 불출마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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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4년전 도쿄 (東京) 도 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와 '무당파 (無黨派)' 돌풍을 일으켰던 아오시마 유키오 (靑島幸男.66) 지사가 오는 4월의 차기선거에 재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점친 사람은 없었다.

도쿄도 조직 통폐합안을 내놓은지 나흘만인 2일의 기자회견은 재출마를 굳히기 위한 요식행사로 받아들여졌다.

함께 당선된 코미디언 출신 요코야마 노크 (橫山ノック) 오사카 (大阪) 부 지사도 이미 재선 도전을 밝힌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뜻밖에도 "할 일을 다했다.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 고 했다.

95년 20만엔 (약2백만원) 의 선거비용으로 자민.공명.사회당 (사민당) 이 연합 공천한 관료출신 후보를 누른데 이은 제2의 '아오시마 쇼크' 였다.

언론들은 '놀랐다. 이것이 우리의 솔직한 감정이다' '밥상을 뒤엎는 인간이 아니라고 말해온 아오시마가 끝내 밥상을 엎었다' 고 보도했다.

도쿄 시민들은 명확지 않은 불출마변에 떨떠름해하면서 "배신당했다" 고 실망감을 나타내거나 "도의 빚만 늘려놓았다" 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의 불출마 배경으로는 도가 재정위기를 맞으면서 70%대에 달했던 지지율이 30%대로 곤두박질한 점이나 야당일색인 도의회의 벽을 넘지 못했던 무소속의 한계가 거론됐다.

어쩔 수 없이 '명퇴' 를 택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각 당의 선거전략은 1백80도 바뀌었다.

아오시마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지 못해 쩔쩔매던 집권 자민당은 가키자와 고지 (枾澤弘治) 전 외상 카드를 버리고 민주당 소속인 정치명문 출신 하토야마 구니오 (鳩山邦夫) 의원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

민주당과 함께 그를 연합공천한다는 복안이다.

아오시마는 스스로 정치를 포기했지만 그가 4년전 내던진 "도대체 일본에 믿을 만한 정당이 있느냐" 는 화두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지 궁금하다.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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