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심재륜고검장 직무정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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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법무부는 28일 대전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 수임비리사건 처리와 관련, 김태정 (金泰政) 총장 등 검찰수뇌부의 퇴진을 요구한 심재륜 (沈在淪) 대구고검장에 대해 29일부터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은 이날 오후 1차 검사징계위원회를 주재한 뒤 이같이 명령했으며, 오는 2월 3일 다시 징계위를 열고 沈고검장에 대해 신문절차를 거쳐 면직 (免職) 등 중징계 조치키로 했다.

이에 앞서 대검은 沈고검장에 대해 근무지 무단이탈 및 검사의 품위손상 등 사유로 징계해달라고 법무부 징계위에 청구했다.

그러나 沈고검장의 기자회견 이후 소장 검사들을 중심으로 검찰조직이 심하게 동요하고 있는데다 시민단체와 야당 등이 金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 직무집행정지 명령 = 법무부는 직무집행정지 명령 사유서에서 "沈고검장이 대전 법조비리사건 수사를 위해 28일 대검 감찰부에 출석하라는 명령을 받았음에도 정당한 이유없이 이에 불복, 27일 근무지를 무단이탈하여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총장 등을 공개 비난함으로써 기강을 문란케 했다" 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어 "검찰 기강 문란행위로 징계가 청구돼 있는 상황에서 고검장으로서 산하 검사.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직무를 계속 수행케 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판단,징계절차가 끝날 때까지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내렸다" 고 밝혔다.

沈고검장의 직무집행이 정지되면 대구고검 명노승 (明魯昇) 차장이 대행한다.

27일 서울에서 성명을 발표했던 沈고검장은 28일 대구고검에 출근해 사무실을 지켰다.

한편 대검은 이날 전국 지검.지청에 긴급 공문을 보내 "이번 사건에 동요되지 말고 맡은 바 임무에 충실히 임할 것" 을 지시했으며 서울지검 등 각급 검찰청은 검사회의를 갖고 근무태세 등을 점검했다.

金총장은 이와 관련, "沈고검장의 돌출행동과 상관없이 이미 천명한 대로 투명한 수사와 엄정한 처리를 원칙으로 대전 법조비리를 수사해 나갈 것" 이라면서 "검찰 내부의 불만이 있더라도 여론을 존중, 한점 의혹없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 고 강조했다.

◇ 청와대 = 김대중 대통령은 28일 대전 법조비리와 관련한 沈고검장의 검찰 수뇌부 퇴진 요구를 '항명' 으로 규정하고 엄정 처리할 것을 朴법무장관에게 지시했다.

金대통령은 이와 함께 "현재 수사중인 대전 법조비리 사건도 흔들림 없이 옥석을 가려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엄정 수사하라" 며 "그래야 법조를 국민이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金대통령은 대구고검장 항명사건에 대해 법무장관에게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고 전했다.

朴대변인은 沈고검장이 金총장의 사퇴를 요구한 부분에 대해 "검찰총장은 임기가 보장돼 있다" 며 "정당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항명을 하는 것은 검찰조직을 위해서도 용납할 수 없다" 고 잘라 말했다.

◇ 대전사건 처리 = 대검은 沈고검장 이외에 李변호사로부터 명절 떡값.전별금 등을 받은 현직 검사 14~15명에 대한 사표접수를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매듭짓기로 하고 이날 관련자 소환조사를 계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28일 현재 검사장급 이상 2명과 부장검사.고검검사 5명 등 모두 7명의 현직검사로부터 사표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표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4~5명에게 다각도로 사표제출을 종용중이며 이를 거부할 경우 李변호사를 대검으로 소환, 대질신문을 벌이기로 했다.

이연홍.김종혁.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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