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신도시 물량 2배 … 집값 잡기‘속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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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단지로 선정된 우면동 비닐하우스촌.

노무현 정부의 주택 정책이 ‘누르기’였다면 이명박 정부는 ‘늘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튀어 오르는 집값·전셋값을 아무리 눌러 봐야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선 해법이 없다는 논리다.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은 지난해 나온 9·19 부동산 대책이 핵심이다. 2018년까지 150만 가구(수도권 100만, 지방 50만 가구)의 서민용 보금자리주택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27일 발표된 서민주택 정책도 큰 틀에선 이와 흐름을 같이한다. 달라진 점은 수도권 요지의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의 건설 속도를 확 높인다는 것이다. 당초 2018년까지 수도권 그린벨트에 30만 가구를 짓기로 했던 것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인 2012년까지 모두 짓기로 했다. 건설 물량도 2만 가구 늘어나 32만 가구가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으며 “이 정책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에게 주택을 마련해 줄 뿐 아니라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서민 경기 부양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 마련 과정에서 청와대·정부·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들은 “이대로 뒀다간 2~3년 뒤 집값이 예상보다 더 급등할 수 있다”는 걱정을 자주 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난해 수도권의 주택 건설(인허가 기준)은 19만8000가구에 그쳤다. 한 해 전에 비해 35% 급감한 규모다. 올 들어선 7월까지 6만1000가구만 인허가를 받아 지난해보다 22% 더 줄었다. 아파트를 짓는 데는 보통 2~3년이 걸린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도 주택 공급량이 뚝 떨어지면서 2000년대 초 집값이 한 해에 최고 29%까지 급등한 바 있다. 2~3년 뒤는 이 대통령의 임기 말이다. 집값이 들썩여 민심이 나빠질 경우 다른 정책의 추진력까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정부는 그린벨트를 풀어 짓는 32만 가구를 비롯해 2012년까지 수도권에 총 60만 가구(분양 26만, 임대 34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짓기로 했다.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29만2000가구)의 두 배 규모다. 임대·분양을 따지지 않고 단순 계산하면 수도권의 청약저축 1순위 가입자 107만 명의 56%가 들어갈 수 있는 양이다.

이처럼 많은 물량이 단기간에 쏟아지면 상당 기간 집값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 우선 수도권 그린벨트가 한꺼번에 풀리면서 주변 땅값이 오르고, 보상금으로 풀린 돈이 다시 부동산에 흘러 들어와 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 입지·가격에서 경쟁력 있는 보금자리주택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민간주택 산업이 위축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강남권의 보금자리주택을 주변 아파트 시세의 절반 값에 공급하면서 별도의 시세차익 환수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로또’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민간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반드시 처리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나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좀 지나면 아무 효과 없이 부작용만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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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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