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위원, 아들 이성곤 출전 청소년야구 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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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이순철 해설위원(右)이 아들 성곤군과 목동구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영목 기자]


“직구를 던졌으면 못 쳤을 겁니다.”

‘독한 해설’은 아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2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 A조 예선 2차전 한국·일본전. 이순철(48) MBC ESPN 야구해설위원은 아들 성곤(17·경기고 3년)군이 출전한 경기 해설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성곤군이 2회 안타를 때리자 이 위원은 “느린 변화구를 잘 쳤네요”라면서도 “직구였으면 못 쳤을 텐데…”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아버지를 꼭 닮은 아들=이 위원은 광주상고(현 동성고) 2학년 때인 1980년 청소년대표로 선발됐다. 부자가 모두 청소년 대표로 태극마크를 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성곤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해태 시절 골든글러브를 5회나 받을 정도로 수퍼스타였던 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럽게 선택한 길이었다. 올해부터 기량이 급성장한 성곤군은 소속팀 경기고에서는 유격수와 4번 타자로 활약했다. 전국대회 성적은 9경기에서 타율 3할1푼3리에 도루 4개. 특히 빠른 스피드는 현역 시절 도루왕을 세 차례나 차지한 아버지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평가다. 키는 아버지보다 10㎝ 큰 1m83㎝다. 야구 전문가들도 “아버지처럼 빠르고 센스가 있다”고 평했다.

◆엄한 아버지의 부정=그런 아들이 뿌듯할 법도 하지만 아버지의 눈은 차갑다. 이 위원은 “아직 모자란 점이 많다.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법도 부족하고 힘도 길러야 한다”고 엄한 모습을 보였다. 부족한 점을 보강하기 위해 프로행도 미루기로 했다. 이성곤은 2010년 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에서 한화에 10차 75번으로 지명됐지만 아버지의 모교인 연세대로 진학할 예정이다.

대회 전 무슨 얘기를 해줬냐는 질문에 이 위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잘해야 하는 거죠”라고 냉정하게 답했다. 그러나 이 위원의 부정은 숨길 수 없었다. 이달 초 봉황대기 고교대회에서 경기고가 초반 탈락해 운동량이 부족한 아들을 위해 훈련을 거들었다.

이 위원은 이날 경기 전 성곤군이 지난 25일 대만과의 1차전에서 삼진 두 개를 당한 것을 지적하며 “삼진왕이라서 경기에 빠지는 게 팀에 도움이 되는데…. 아들이라도 삼진을 당하면 신랄하게 비판하겠다”고 특유의 ‘독한 해설’을 강조했다. 그러나 성곤군은 “1차전 뒤 아버지도 대표팀에서 1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적이 있다며 위로해 주셨다”고 귀띔했다.

이성곤은 이날 경기에서 3타수 1안타·1득점을 기록했다.

한편 한국은 2-2로 맞선 9회 말 1사 2루에서 4번 타자 김경도의 끝내기 안타로 3-2로 승리해 A조 1위를 차지했다. 28일 오후 6시30분 B조 1위 중국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김효경 인턴기자 , 사진=이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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