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기획사 '스톰프'차린 청년 3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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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IMF시대' 는 어떤 이들에게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회 전반의 거품이 걷히면서 자금과 로비력이 아닌 아이디어와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건이 서서히 마련되고 있기 까닭에서다.

최근 '릴레이' 라는 음반을 발표한 신생 음악기획사 '스톰프' 도 이러한 기회를 노리는 집단. '한국 음반산업이 나아갈 대안을 제시하겠다' 는 것이 이들의 포부다.

아직 사회 초년병일 뿐인 26세 동갑내기 세 명이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들이 '준비된 기획자' 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PC통신 나우누리의 '뮤직 비즈니스' (go sgmbmb) 라는 동호회 출신. 친목 활동을 넘지 못하는 다른 동호회와 달리 음악산업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2백50여명이 젊은이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공간이다.

"사실 처음 가입했을 때는 별다른 활동이 없었어요. 97년 우리 셋이 힘을 합쳐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며 모임의 틀을 잡았죠. " 김정현 (고려대 경제학과 4년) 씨의 말이다.

모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음악산업에 관한 강좌를 개설하는 것이 시급했다. 기획사 '좋은음악' 의 김상형 실장, 웅진뮤직의 유인경 음반사업팀장, 연강홀의 조경환 극장장 등이 취지에 공감하며 강사로 나섰다.

물론 조건은 무보수. 각종 강의와 현장 체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세 젊은이는 아예 창업을 결의한다. "막상 현장을 보니 말도 안되는 것이 많더군요. 한 스타일이 유행하면 일제히 그쪽으로 쏠리고, 홍보도 주먹구구식이더라구요. 그래서 뭔가 바꿔보자는 생각을 가진 우리끼리 일해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이지형 (강원대 경영학과 졸업예정) 씨의 이야기다.

첫 음반 '릴레이' 는 이같은 '발상의 전환' 이 낳은 결과물이다. 이 음반은 통신을 통해 공개모집한 신인가수 5명의 음악 2~3곡씩을 담은 '싱글 패키지' 성격. "소비자들은 대개 한 두곡을 듣기 위해 음반을 삽니다. 한국 음반 유통구조상 싱글이 발매될 수 없기 때문이죠. '릴레이' 는 그 대안인 셈입니다." 홍일점 이경례씨의 설명이다.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녹음중에는 도시락을 들고 스튜디오로 출근했다. 홍보도 '저비용 고효율' 을 지향하기 때문에 아침마다 담당 PD 책상에 쪽지를 놓아 인지도를 높이는 길을 택했다. 또 쪽지에 토익 문제를 적어놓아 그대로 버리지 않도록 배려했다.

이러한 노력 덕택에 집중 홍보중인 '립스' 의 '세가지 약속' 이라는 곡은 최근들어 자주 방송을 타고 있다. 앞으로는 스포츠 댄스나 포크 춤 전용음악을 담은 음반을 낼 계획.

"취업난으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해요. 아직 월급도 받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원없이 할 수 있으니까요. "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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