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동안 걸어서 전국 수행한 원공스님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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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도 (道) 를 찾아 떠나는 길은 끝이 없는 것인가.

지난 20년 동안 자동차를 한번도 이용하지 않고 전국의 길을 걸으며 수행하는 스님이 있다.

원공 (圓空.58) 스님. 그가 오는 3월에는 1백20여일 예정으로 지리산에서 백두대간 산줄기를 타고 올라오면서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기도를 계획하고 있다.

3월 8일 지리산을 출발, 태백산.대관령.한계령을 넘어 설악산까지 올랐다가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 배로 중국으로 건너가 7월 8일 백두산에서 회향할 계획이다.

발 길이 닿는 곳마다 지방의 불자들과 함께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고 산에 도라지도 심으며 환경운동을 함께 펼친다.

"수행의 한 방식으로 남북통일이 될 때까지 길을 걸으며 기도하리라 다짐했어요. 한 10년쯤 하면 되지 않을까 짐작했지요. 그런데 아직도 통일을 기약할 수 없으니…. "

원공스님이 도보기도를 시작한 것은 지난 79년. 도봉산 천축사 무문관 (無門館)에서 6년 면벽수행을 끝내면서였다.

그동안 1백55마일 휴전선 순례, 통일기원 1백80일 국토 순례, 이산가족 고향 자유왕래 염원 2백20일 순례 등 굵직한 보행 기도만도 일일이 손꼽을 수 없다.

그래서 전국 어디라도 지명 구석구석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하다.

지난해 중국을 찾았을 때는 톈진 (天津)에서 베이징 (北京) 까지 걸어가 현지 언론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원공스님은 여러 면에서 독특하다.

길을 걷지 않고 서울에 머무를 땐 면벽정진했던 무문관 방에서 달빛을 벗삼아 촛불 하나 켜놓고 지낸다.

무문관은 마치 감방처럼 밥을 넣어주는 작은 문이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매우 혹독한 수행거처다.

"중이란 사실 길 위에 머무르다 길 위에서 사라지는 존재지요. 일반인 눈에는 내가 기인처럼 보이겠지만 길을 걸으며 수행하는 게 나로서는 가장 중답게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

스님은 또 승복보다는 개량한복을 즐겨 입는다.

걸망 대신 배낭을 짊어진다.

한번 길을 나섰다 하면 하루 1백리 이상 걷는 스님으로서는 아무래도 개량한복과 배낭이 편하기 때문이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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