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소나기골 ‘서울 징크스’ 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7면

포항 노병준이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고 있다. 노병준은 K-리그 통산 100번째 해트트릭의 주인공이 됐다. [포항=연합뉴스]

포항 스틸러스가 3년 만에 FC 서울 징크스를 털고 피스컵 코리아 2009 결승에 진출했다.

포항은 26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 2차전에서 5-2로 승리했다. 1, 2차전 합계 1승1패였으나 골 수에서 포항이 6-4로 앞섰다. 2006년 6월 서울을 상대로 4-3 승리를 거둔 이후 3년2개월 만의 기쁨이었다.

전반 20분 서울은 기성용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전반전 단 한 번의 슈팅이 골로 연결된 것이다. 1-1이던 후반 23분, 압도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포항은 역습 상황에서 서울의 이승렬에게 골을 허용했다. 포항 서포터스마저 응원의 의지를 잃어버린 순간이었다.

하지만 포항에는 베테랑 공격수 노병준(30)이 있었다. 후반 1분 동점골을 터뜨린 그는 후반 28분 코너킥으로 유창현의 동점골을 도왔다. 후반 막판에는 서울 징크스를 깨는 잔칫날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후반 39분 프리킥 골에 이어 후반 48분 쐐기골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프로 데뷔 7년 만에 첫 해트트릭이자 K-리그 100번째 기록이었다. 노병준은 2002년 전남에 입단해 잠재력 있는 공격수로 성장해 왔으나 2006년 오스트리아 이적 후 경기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해 좌절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포항에 터를 잡은 노병준은 파리아스 감독의 조련 아래 안정감을 찾았다. 올 시즌 벌써 6골을 기록한 그의 기록은 개인 최고였던 2005년과 같은 수치다.

포항의 2년 차 공격수 유창현의 활약도 빛났다. 후반 13분 데닐손과 교체 투입된 그는 후반 28분 동점골에 이어 후반 30분 결승골까지 뽑아냈다. 지난해 2군 득점왕으로 잠재력을 인정받은 유창현은 올 시즌 중반부터 파리아스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벌써 9골을 기록한 그는 파리아스 감독의 황태자로 커가고 있다.

서울은 자제심을 잃고 자멸하고 말았다. 양팀 사이에 얽혀 있는 징크스, 그리고 K-리그 1, 2위가 맞붙는 자존심 경쟁만큼이나 경기는 치열했다. 전반에만 서울이 경고 5개, 포항 2개로 옐로카드가 7개나 쏟아졌다. 후반 28분 동점골을 내주면서 서울은 더욱 거칠어졌다. 전반에 경고를 받았던 김치곤이 과격한 태클로 파울을 받자 이에 격분해 항의하다 경고를 받고 퇴장당했다. 역시 옐로카드 한 개를 안고 있던 김치우도 항의에 가담하다 경기장을 떠났다.

지난달 인천과의 8강전에서 퇴장 처분을 받아 관중석에서 원격 지휘를 한 셰놀 귀네슈 감독은 심판에 항의도 못한 채 패배를 지켜봤다. 그는 경기 후 “주심이 이래서는 K-리그의 발전은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울산에서는 부산 아이파크가 울산 현대를 1-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1차전에서 2-1로 승리한 부산은 이날 후반 48분 박희도의 골로 결승 진출을 자축했다. 홈앤드어웨이 방식의 결승전 1차전은 9월 2일 부산에서 열린다. 

포항=장치혁 기자


◆피스컵코리아 4강 2차전

울산 0 - 1 부산

포항 5 - 2 서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