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차 꼭 성공시키자” 노사 손발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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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2시 경남 창원시 GM대우 창원공장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전용 2조립라인. 작업자 150여 명이 바쁜 손놀림으로 신차 생산에 여념이 없었다.

26일 GM대우 경남 창원공장 2조립라인 근로자들이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도어 내장 작업을 하고 있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현재 시간당 15대를 생산하고 있지만 생산이 제 궤도에 오르는 11월에는 32대로 늘어날 예정이다. [GM대우 제공]


GM대우에 이 차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모기업인 GM의 몰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회사에 이 차가 ‘구원 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차 시장을 겨냥해 기존 마티즈보다 더 크고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창원공장은 GM이 새롭게 힘을 쏟는 글로벌 경차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기대에 부응하듯 이 공장은 지난달 27일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생산을 시작하면서 잔업과 특근이 부활하는 등 활기를 찾았다. 하루 주야 2교대 20시간(잔업 2시간 포함) 100%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올 3월만 해도 구형 마티즈 판매가 급감, 가동률이 70%에 그쳤었다. 다음 달부터는 일요일 특근까지 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한 달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작업해야 하지만 노조에서는 월급이 올라간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이달 19일부터 사전계약을 받은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일주일 만에 5000대 계약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타이어 장착 공정에서 일하는 황태석 조장은 “오랜만에 공장 전체가 활력이 넘치고 있다”며 “잔업은 물론 주말 특근까지 이어져 월급도 20%쯤 많아져 살맛이 난다”고 말했다.

현재는 초기 생산단계여서 시간당 생산대수(UPH)가 15대 정도다. 유럽 수출차(수출명 시보레 스파크)를 본격적으로 만들 11월부터는 시간당 32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 내년 초 이론상 최대치인 40대에 도전할 것이라는 게 이종희 조립담당 이사의 설명이다. 이때는 1라인에서 일하는 작업자를 이곳으로 추가로 전환 배치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승철 생산총괄 상무는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기존 모델보다 더 고급화돼 공정이 많아졌지만 모듈 생산기법을 확대해 작업 가짓수(공수)가 약 17% 준 데다 노조의 협조로 추가 인원 투입 없이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듈 생산은 작은 부품을 사전에 조립해 덩어리 부품으로 만들어 조립하는 방법이다.

◆전환 배치에 노사 한마음=올해 6월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2라인에서 전용 생산하기 위해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기존 마티즈를 다마스·라보를 생산하는 1라인으로 옮겨 함께(혼류) 생산해야 하면서 작업자의 전환 배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과거 노조원들은 작업 환경 변화를 싫어해 기존 라인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으려 했다. 전환 배치는 국내 자동차 업계 노사 협상의 난제다.

이번에는 노조에서 순순히 협상에 응했다. 잔업이 사라지면서 급여가 줄었던 노조원들의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노사는 한 달 만에 추가 인원 투입 없이 작업자 전환 배치를 끝냈다. 류조환 노조 지회장은 “모듈화로 작업 공수가 준 데다 노조원들도 이번만큼은 신차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아 추가 인원 투입 없이 전환 배치를 매듭지었다”고 말했다.

창원=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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