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규럴 골프]박세리 2회전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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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세리 (22)가 미 여자프로골프 (LPGA) 99년 시즌 개막전에서 2회전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박세리는 17일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그랜드 사이프레스리조트 (파72.6천2백20야드)에서 속개된 LPGA 헬스사우스 이너규럴 골프대회 2라운드에서 이틀 연속 2오버파 (74타) 로 부진, 합계 4오버파로 마지막 라운드 진출자격을 따내지 못했다.

3라운드 진출 티켓은 1백32명의 참가골퍼 중 1오버파 (1백45타) 까지 71명의 선수에게 주어졌다.

박세리가 공동 83위에 그쳐 탈락한 사이 '땅콩' 김미현은 합계 1언더파 1백43타로 공동 34위에 올라 LPGA 데뷔전에서 거뜬히 2라운드를 통과했다.

펄 신은 이븐파 (1백44타) 로 공동 41위에 랭크돼 김미현과 함께 마지막 라운드에 나서게 됐다.

박세리가 2라운드에서 탈락한 것은 지난해 2월 하와이언오픈 이후 처음이다. 전날 드라이브샷 부진으로 고전했던 박은 이날 한층 향상된 드라이브샷을 구사했으나 퍼팅이 계속 빗나가며 상위권 발돋움에 실패했다. 박은 버디 2개를 끌어냈으나 보기 2개와 더블보기 1개를 기록했다.

김미현은 이날 4개의 버디를 끌어냈지만 4개홀에서 보기를 범해 이븐파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티나 배럿과 카트리오나 매튜는 나란히 9언더파 (1백35타) 를 기록하며 공동선두로 나섰고 캐리 웹과 패티 시언은 1타차로 선두를 추격하고 있다.

[박세리 왜 부진한가]

"박세리의 스윙이 변했다." 99년 시즌 개막전에서 박세리가 탈락의 수모를 당하자 LPGA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데이비드 레드베터와의 결별을 부진 이유로 꼽기 시작했다.

AP통신과 올랜도 샌테니얼 등 미국 언론 골프담당 기자들은 이 대회에서 박세리의 경기를 지켜본 뒤 "스윙이 바뀐 것 같다" 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세리의 스윙은 지난해의 유연한 맛을 잃어버렸다. 스윙을 마친 뒤 어깨를 1백80도 회전시킨 우아한 모습을 그려냈던 박세리는 이 대회에선 계속 폴로스루를 완전히 마치지 못하는 듯한 스윙을 보였다.

또한 백스윙에서도 두 손이 종전보다 훨씬 똑바로 하늘로 올라가 조금씩 오버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레드베터의 스윙에서 다시 아버지 박준철씨의 스윙으로 돌아가고 있다" 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아직 1개 대회만을 치른 현시점에서 단 한번의 탈락을 놓고 박세리가 슬럼프에 빠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해 개막전에 비해 올해 개막전에선 분명 충분한 준비를 쌓지 못했다는 지적이 압도적이다.

[박세리 인터뷰]

- 이틀 연속 부진했는데.

"경기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 오늘은 뭐가 풀리지 않았나.

"드라이브샷은 어제 훈련을 통해 바로잡았다. 그러나 퍼팅이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았다."

-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퍼팅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감각을 되찾은 것은 수확이었다."

올랜도 = LA지사 허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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